매일신문

대구박물관 한·러 수교 10돌 기념전

이민족의 지배아래 깊어진 신앙심, 호화로운 황실과 압제받는 민중, 수차례의 혁명속에 피어나는 아방가르드 회화…서기 1000년 무렵부터 최근까지 미술을 중심으로 한 러시아 문화의 특징적인 요소들이다.

한·러 수교 10주년 기념 '러시아, 천년의 삶과 예술전'이 15일부터 내년 1월28일까지 국립대구박물관(053-768-6051~2)에서 열린다. 성상화와 러시아 근대 미술, 황실 보석과 훈장, 러시아 예술가들의 삶과 관련된 자료, 구한말 한·러 관계를 보여주는 자료 등 에르미타쥬 국립박물관, 트레차코트 국립미술관을 비롯, 러시아 26개 미술관과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작품과 유물, 자료 등 400여점이 전시된다.6개 주제로 이뤄지는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분야는 성상화(聖像畵·icon)와 러시아의 근대미술. 러시아는 988년 기독교 공인 이후 러시아정교를 국교로 하면서 유럽의 종교화와는 또다른 성상화를 탄생시켰다. 13세기 후반부터 14세기까지 몽고의 압제아래 신앙심은 더욱 깊어져 성상화의 황금기를 맞았고 이후 다양한 경로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휘황찬란한 색채와 형상의 단순소박성은 20세기 들어 세계적 주목을 받으면서 그 예술성에 대한 재조명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번 전시회에는 11~12세기의 초기 성상화 작품들과 함께 14세기의 차갑고 은빛이 도는 수즈달의 성상화, 따뜻하고 황금빛이 나는 노브고르드의 성상화, 16세기 이후 모스크바 성상화로 통합되면서 나타나는 귀금속과 금은 세공으로 장식되는 성상화 등 성상화의 역사와 작품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다.

러시아의 근대 미술은 종교화가 중심을 이루던 18세기 이후 본격적인 형태를 드러낸다. 황족과 귀족들의 초상화와 장식화에 이어 나폴레옹과의 전쟁을 거쳐 사회의식이 깊어지면서 역사화, 풍경화, 풍속화 등이 나타난다. 19세기 중엽 국민의식 개혁을 표현한 이바노프, 전제정치의 폐해와 민중의 피폐한 삶을 묘사함으로써 혁명을 예고한 듯한 페로프 등 이 시기 대표적 작가들의 작품들이 전시되며 이어 나타난 사실주의 경향의 작품들과 이에 반발한 모더니즘 경향의 작품들도 전시된다. 또 후기 인상주의의 영향을 받은 곤차로바, 마슈코프의 작품들과 샤갈,말레비치, 타틀린 등 전위적 경향을 보인 작가들의 작품들도 선을 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일 샤갈의 작품은 후기의 초현실주의적 작품과 달리 초기의 사실적 화풍의 작품들이 걸린다. 이외에 물체의 반사광이 교차하는 광선주의, 미래파와 결합해 전형적 비구상 회화를 창조한 러시아 큐비즘의 사조에 나타난 포포바 등의 작품, 뒤이어 등장한 칸딘스키의 추상화들을 볼 수 있다.

미술 작품들과 함께 러시아의 고고 유물, 황실의 초상화와 보석, 베베르 공사의 정세 보고서 등 초기 한·러 외교사의 자료, 톨스토이, 푸쉬킨 등 문호들의 육필원고와 관련 삽화 등을 관람할 수 있다. 관람료는 어른 6천원, 중고생 4천원, 초등생 3천원이며 시내 예매처와 전화예약(1588-7890)을 이용할 수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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