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의 일이다. 한국인 사업가 두 명이 필리핀 마닐라 공항에서 청년 대여섯명에 둘러싸여 몰매를 맞았다. 당연히 공항경찰이 출동, 한국인을 폭행하는 청년들을 체포하려 했다.
그러나 청년들은 경찰에게 자신들이 한국 취업때 당한 학대와 모욕을 얘기하자 경찰까지 합세해 또 다시 한국인들을 폭행했다.
당시 전세계에 '추악한 한국인'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던 이 일화는 외국인 근로자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곧잘 인용되는 사례다. 그 이후 국내 종교.노동단체들이 나서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을 보호하자는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그리고 나서 외국인 근로자의 상황은 훨씬 나아졌을까.
원태석 대구가톨릭근로자회관 이사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지난 2년간 국내 업체에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들의 피해신고 사례가 100여건을 넘어 선 것이 이를 입증해주고 있다는 것.
각종 사업장에서 일하는 외국인들의 처우나 환경은 생각 이상으로 열악하다. 지역 섬유, 기계공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산업연수생의 평균 임금은 65만원선. 12시간동안 일하고 받는 임금은 한국인 근로자의 60~70%에 못미친다.
그나마 업체에 매달 '강제적립금' 10만~15만원을 떼이고 나면 끼니를 컵라면으로 때워야 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이 때문에 '불법체류자'라는 위험을 무릅쓰고 좀더 나은 임금을 주는 사업장으로 몰래 옮길 수밖에 없다는 것.
심지어 외국인근로자에게서 뗀 '강제적립금'을 돌려주지 않거나 유용하는 임금착취 업주들은 상식밖의 변명을 늘어놓기 일쑤다.
"외국인연수생을 고용하면서 지불한 경비를 되돌려 받을 뿐…" "미리 외국인 근로자들의 월급을 챙겨놓지 않으면 달아나는 경우가 많아…"
'추악한 한국인'에 대한 낯뜨거운 사례들을 숱하게 접하면서 '우리 국민이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하는 서글픔이 가슴을 짓눌렀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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