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불과 8개월만에 중국을 방문한 것은 무엇보다 경제개혁·대외개방의 흐름을 타기 위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을 앞둔 5월말에 베이징(北京)을 비공개 방문해 주목을 끈 적이 있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방문의 연장선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당시 김 위원장은 중국 지도자들과 만나 남북 정상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입장과 함께 매우 중요한 정책변화를 예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북한은 미국과의 조속한 관계정상화를 희망하며, 이 문제가 순조롭게 풀리면 중국을 다시 방문해 대외개방의 상징인 푸둥(浦東)등 경제특구를 둘러보고 싶다는 희망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중국측도 이를 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또 베이징의 첨단 전자단지가 밀집된 롄샹(聯想)지구를 전격 방문함으로써 IT(정보기술)혁명의 세계적 물결을 더 이상 외면할 수 만은 없다는 인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볼 때 이번 방문은 중국으로부터 경제지원을 얻는 것은 물론 경제개혁·대외개방을 위한 현장체험과 환경정비의 목적이 짙다. 그의 행보를 전 세계가 응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십분활용해 변화의 의지를 천명하겠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또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이 관측과 달리 빨리 이뤄진 것은 그 자신이 올해를 경제재건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뜻을 굳혔음을 의미한다.
지난 4일자 노동신문이 김 위원장의 발언록을 공개하면서 새시대의 요구, 일신, 결정적 전환, 새로운 혁신 등 종래에는 보기 어렵던 용어들을 쏟아낸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김 위원장은 2001년을 맞아 "기존 관념에 사로잡혀 지난 시기의 낡고 뒤떨어진 것을 붙들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대담하게 없애버릴 것은 없애 버리고 기술 개건(改建)을 해야 한다"고 당 간부들에게 '신사고'(新思考)를 가질 것을 강조했다고 노동신문은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경제를 추켜 세우고 발전시키자면 공업을 대담하게 최신 설비와 기술로 장비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정부 당국은 김 위원장의 이런 파격적 발언이 이번 샹하이(上海)·푸둥지구 방문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중국 언론이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의 언급내용을 "새로운 관점에서 경제를 발전시키자는 요구"라고 평가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북한이 변화의 수순을 밟고 있으며 '변해도 뭔가 크게 변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실행단계에 들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그의 조기방중은 20일의 미국 부시 행정부 출범에 앞서 중국측과 의견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작용한 것 같다.
김 위원장 스스로 경제재건을 위해서는'강성대국(强盛大國)'같은 구호가 아니라 첨단기술 도입과 외자유치 같은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현실적 인식을 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15일 "지난해 5월 자신의 방중에 대한 중국 지도부의 평양 답방이 이뤄지지 았았음에도 재차 중국을 찾은 것은 '중국식 사회주의'를 살펴보려는 김 위원장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신문은 12일자 논설에서 북한의 자주권을 존중하는 나라들과 대외관계를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특히 남북관계의 개선이 환경정비에 곡 필요하다고 보는 것 같다. 신년벽두부터 각종 대남제의가 이어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벌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결국 이런 사정 등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북한의 변화의지, 그중에서도 경제개혁 의지는 분명하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