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凍土 철원 영하29.2도

0…16일 아침기온이 영하 29.2도까지 떨어지는 등 최근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강추위로 철원지역이 동토로 변했다.

철원지역에서는 요즘 혹한이 계속되면서 시내 상점에 진열된 소주와 맥주 등이 수백여병이나 얼어 터졌으며 51곳의 상수도관이 동파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있다.

또 경유차량의 경우 출근길마다 시동이 걸리지 않아 운전자들이 운전을 포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으며 휘발유 차량 운전자들도 좀처럼 시동이 걸리지 않는 차량을 붙잡고 애를 태워야 했다.

특히 산밑에 있어 혹한에 취약한 일부 축사에서는 송아지와 염소 등의 가축들이 얼어 죽는 사고가 속출하고 있어 축산농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또 제설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온통 빙판길이 되버리자 교통사고를 우려한 주민들이 서둘러 귀가하면서 각종 상점이 밀집해 있는 갈말읍 신철원리와 동송읍 화지리 등의 번화가는 손님들의 발길이 일찌감치 끊겼다.

국내 안보관광의 1번지로 불리는 민간인 출입통제선내 안보관광 코스도 최근 폭설과 혹한으로 4일 동안 폐쇄됐으며 14일부터 다시 열린 제2땅굴 코스도 하루 100여명만이 찾고 있다.

혹한과 싸워야 하는 것은 철원평야를 찾아 월동을 하고 있는 천연기념물 제 202호인 두루미 등 동북아시아 지역의 각종 희귀 철새들도 마찬가지 처지.

이들 철새는 바람이 거세지 않는 곳을 찾아 꼼짝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 13일 오후에는 너구리떼와 먹이를 놓고 다투다 탈진한 독수리 한 마리가 한국조류보호협회 철원지회(회장 이시우)의 도움을 받아 기력을 회복하는 등 체력이 약해진 철새들의추가 탈진사고까지 우려되고 있다.

0..…전국적으로 혹한이 몰아친 가운데 '영남의 시베리아' 봉화군 춘양 지역에도 내의를 잘 입지 않는 주민 생활에 작은 변화를 가져 오고 있다.

봉화 춘양은 16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1.4℃를 기록, 1988년 춘양관측소가 기상관측을 실시한 이후 지난 90년 1월 26일(영하 22.3℃)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기온을 보였다.

지난 15일 영하 19.7℃, 14일 영하 18.8℃ 등 올 들어 사흘(7~9일)을 제외한 13일 동안 최저기온이 영하 10℃ 이하로 떨어지는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춘양을 가로지르는 운곡천은 꽁꽁 얼어붙은 지 오래다. 강추위가 계속되면서 춘양면 소재지조차 사람들의 발길이 드물다. 간혹 시내를 다니는 사람들도 마스크와 점퍼차림 등 중무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민들은 '이채롭게도' 대부분 내복을 잘 입지 않는다고 한다. 워낙 추운 지역이라 단련이 됐기 때문이란 것. 춘양 토박이인 권교환(46)씨는 "춘양사람들은 영하 10℃를 밑도는 강추위에 워낙 단련이 돼 내복을 잘 입지 않는다"며 " 간혹 집을 떠나 대구나 서울 등 외지에 나가면 덥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독 추운 올 겨울 날씨는 이들조차 내복을 입게 만들고 있다.

추위를 이기면서 자라는 춘양 딸기 보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농민 박연홍(44)씨는 "이 곳 딸기는 저온에 잘 적응한 관계로 신선하고 저장성과 당도가 뛰어나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강추위로 보온에 각별한 신경을 더 써야해 연료비 부담이 늘어나 걱정이다.

지역민들은 "춘양지역이 혹한지(酷寒地)로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만큼 강추위와 자주 내리는 눈 등 지역의 특성을 최대한 부각시켜 주민소득과 연계할 수 있는 겨울 이벤트나 자연 친화적 사업 추진 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춘양기상관측소 권동기(50) 소장은 "춘양면은 백두대간이 남북으로 형성돼 북엔 각화산(1천177m), 동은 황악산(820m), 남으로는 황우산(601m), 서쪽으로는 문수산(1천206m)으로 둘러싸여 있는 내륙산간 분지로 찬 기류가 오래 머물러 있기 때문에 맹추위가 길게 지속된다"고 분석했다.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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