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재북 동생, 남쪽형 '상봉거절'

북측의 이산가족이 남측 가족과의 상봉을 거부하는 사건이 처음으로 발생해 주목된다.

14일 북측이 통보해온 제3차 이산가족 방문단 남측 후보자 김모씨의 가족현황 명단에는 재북동생이 남쪽의 형을 만나기를 거부한다는 '상봉거절'이란 표기가 등재돼 있다.

김모씨는 최종명단에 포함되면 북쪽의 동생을 만나러 평양에 가야되는 상황이다.지난해부터 진행된 두 차례의 이산가족 상봉과 11회에 걸친 다양한 이산가족 명단을 교환하는 동안 이같은 일이 발생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북측 이산가족의 '상봉거절'과 관련해 뚜렷한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 본인이 정말로 남쪽 가족을 만나기를 거절했을 경우와 북한당국의 '어떤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 가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북쪽가족이 남쪽가족을 만나기 위해 서울로 오는 경우는 대부분 북한정권을 지지해 월북한 신분이어서 제한적이나마 북한에서 대우를 받고 일정한 수준에서 성공한 사례가 많다.

반대로 남쪽 가족이 북쪽의 가족을 만나러 평양에 가는 경우는 북한정권을 반대해 월남했을 가능성이 높고 이같은 이유로 북한에서 살고있는 가족은 성분상 불이익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재북가족은 월남한 남쪽의 가족으로 인해 반세기동안 많은 고초를 겪은데 대한 반감이 쌓일 수 밖에 없고 이것이 '상봉거절'로 나타났을 것이라는 주장이다반대로 상봉해야 할 북쪽가족의 현재 성향 등이 상당히 부정적이기 때문에 북한당국이 상봉거절이란 구실을 댔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북쪽 가족 대부분은 월남한 남쪽가족 때문에 오랫동안 정치·경제적으로 불이익을 받은 것과 관련해 남쪽 가족과 함께 북한당국에 대해서도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사확인에 이산가족들 희비

북한적십자회가 제3차 남북이산가족 방문단 남측 후보자 200명의 북측 가족 생사확인 결과를 통보하자 남측 이산가족들 사이에서는 희비가 엇갈렸다.

○…여동생 원순(72)씨의 생존을 확인한 손성근(78·서울 송파구 신천동) 할아버지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원순이를 만나고 싶다"고 말한 뒤 "이번에도 만나지 못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거냐"며 조바심을 감추지 못했다.

3남4녀 중 3남인 손씨가 셋째 여동생 원순씨와 헤어진 것은 1·4후퇴때.

'1주일만 피해있으면 될 것'이란 주위사람들 말에 우선 남자형제 3명이 월남한뒤 원순씨가 뒤늦게 밤길로 남한행을 감행했지만 배에 오르기 직전 인민군에게 붙잡혀 7남매중 홀로 북에 남게 됐던 것.

○…북에 아내 김복여(79)씨와 4자녀가 모두 살아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이제배(82·서울 강남구 도곡동) 할아버지는 "헤어진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북에 있는 가족들의 모습이 사진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고향인 함남 광천군에서 1·4 후퇴 때 국군과 인민군이 밀고당기는 전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가족들과 헤어진 이 할아버지는 종전 후 부산과 서울 등 군부대 근처에서 고물상 등을 하면서 생활을 해왔다.

○…북에 있는 형님 휘철(86)씨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정휘헌(81·서울강북구 수유동) 할아버지는 "형님이 돌아가셨다면 세월을 탓할 수 밖에…. 형님을 붙들고 그간 떨어져 고생한 한풀이 얘기라도 했을텐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정 할아버지는 "황해도 해주 화약회사에 근무하시던 형님을 마지막으로 뵌 것은 지난 46년 봄 대전에서 였다"면서 "이후 아는 사람을 통해 형님이 북에서 재혼, 남매를 두었으며 새 형수는 간호사로 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 46년 고향인 함남 북청군 덕성면에서 취업차 홀로 월남한 이형찬(81·강북구 수유동) 할아버지는 형님과 3명의 동생들의 생사가 '확인 불능'으로 나오자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이 할아버지는 "6·25발발 전 서울로 내려온 아내를 통해 전쟁 전 북의 가족들이 중국으로 이사를 갔다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가족들이 아직 중국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으로 믿는"면서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을 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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