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톡톡 버들강아지 눈튼다홍매화, 가지마다 홍등 달고

앞산 진달래도

가여히 가슴에 불딩겼다

몽실 부푼 백목련 젖가슴에 베시시 곁눈질로 웃던

벚꽃도 그만

꽃눈 펑펑 난리가 났다

난데없이 덮친 비바람 심통에

훌훌 땅바닥에 질펀한 저 아픈

사랑들

오늘 밤

남은 저 꽃들

또 다시 왕창 무너진다면….어쩌나

숨이 차오른다

숨이 막 멎을 것 같다

-변영숙 '사월'

칠순을 넘긴 분이 처녀시집을 냈다. 깜짝 놀랐다. 시혼(詩魂)은 노소를 가리지 않고 찾아드는구나 생각했다. 이 시를 읽으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다음날에는 항상 비바람이 불어쳤던것 같다. 보통 사람들은 그런가 그냥 지나치는 일이 시인에게는 '저 아픈 사랑들'로 남는가 보다. '오늘 밤/남은 저 꽃들/또 다시 왕창 무너질' 것이 염려되어 숨이 차오르고 숨이 막 멎을 것 같다는 시인의 마음이 아리게 와 닿는다. 시인은 지는 꽃잎에서 정녕 자신을 보는 것일까? 김용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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