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마구잡이 쏟아지는 각종 카드,사회적 경제적 손실 너무 크다

신용.현금.백화점 카드, 교통.전화카드, 심지어 각종 서비스카드에 이르기까지 카드가 마구 쏟아지고 있지만 대부분은 지갑 및 집안 장롱속에 잠자고 있고, 이로 인한 사회적.경제 손실은 물론 분실,도난 및 충동 소비 등 폐해가 심각하다.

특히 신용카드 경우 빚 청산을 못해 신용불량자가 속출하는가 하면 카드 복제 등을 통한 카드 범죄도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사회.경제적 손실

공무원 이모(42)씨의 지갑엔 신용.현금, 할인카드 등 갖가지 카드가 10개나 꽂혀 있지만 실제 사용하는 카드는 2, 3개에 불과하다. 신용카드만 해도 5개. 금융,카드회사의 아는 사람의 부탁이나 실적을 올려달라며 졸라대는 외판 직원의 강요에 못이겨 가입했지만 대부분 오려서 버리거나 서랍속에 넣어 두었다.

현재 신용카드를 발행하는 회사는 모두 26개, 종류만 해도 수백가지에 이른다.

이외에도 병의원, 유통할인매장, 의류점, 화장품점, 레스토랑, 카페, 제과점, 음반판매점, 서점, 목욕용품점, 술집, 대리운전업체, 학원, 스포츠센터, PC게임방, 안경점, 심지어 이용소, 세탁소까지 각종 할인이나 적립, 상품 등의 혜택을 내세워 고객들에게 서비스 카드를 발급해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발급된 신용카드는 모두 5천795만개이고, 이가운데 3분의 1이 1년동안 한번도 사용되지 않은 '휴면카드'로 150여억원의 제작 비용이 낭비됐다. 또 이중 14개 카드사가 외판직원 3만여명을 고용, 거리 등지에서 신규카드회원 1천만명을 유치했다. 이는 지난해 신규 카드 고객 1천800여만명의 58%에 해당한다. 1건 유치때 지급하는 실적금과 경품비용은 1만~1만5천원, 카드사간의 회원 과당 경쟁으로 인해 1천958억원이 소요된 것이다.

카드남발로 인한 사회.경제적손실이 엄청나지만 카드사들은 카드제작 비용이나 카드회원 유치 비용 수백억원을 연회비 및 카드 사용 수익금 등으로 충당하고 남기 때문에 카드를 남발하고 있다는 것.

△개인피해

카드사들은 카드회원 모집인을 고용, 회원 신분, 신용 확인 등 자격심사 없이 무분별하게 발급, 개인피해도 급증하고 있다.

대학생 김모(22)씨는 최근 신용카드를 신청한 적도, 사용한 적도 없었지만 사용 대금을 지불하지 않았다며 카드회사로부터 신용불량자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회사에 확인해본 결과, 친척 중 한명이 자신의 명의를 도용해 카드를 신청, 사용했고, 카드회사도 본인 확인 없이 카드를 발급해 줬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본인 확인 소홀 및 도난,분실로 인한 신용카드 부정사용액은 4백10억원, 신용불량자는 240여만명에 달했다.

더구나 카드 발급 기준이 '만 18세 이상으로서 일정한 소득수준이 있는 자'로 정해져 있지만 60대와 10대 신용불량자가 각각 25만명, 800여명에 이른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악용

분실 및 복제한 신용카드를 이용, 현금을 인출하거나 물품을 구입하는 카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다른 사람의 신용카드를 복제, 현금지급기 등에서 2억5천여만원을 인출한 일당 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신용대출업자인 이들은 카드를 맡긴 손님들의 카드 40장을 위조, 비밀번호 등을 알아낸뒤 현금을 인출한 것.

김모(29)씨는 지난 1월 유령 무역회사를 차려놓고 현금이 필요한 사람들을 직원인 것처럼 서류를 꾸며 신용카드를 발급해 준 뒤 수수료 20만원씩을 챙겼다가 구속됐다. 또 카드발급시 철저히 신분확인을 하지 않는 점을 이용, 다른사람의 개인정보를 입수, 신분증을 위조, 카드를 발급받아 범죄에 악용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허점을 이용, 경매사이트를 통해 허위매출전표를 작성하는 '사이버 카드깡'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성년자와 노인층을 제외한 경제활동인구 1인당 카드수가 2.6장에 달할 만큼 카드가 남발하고 있다"며 "과당경쟁 방지를 위해 카드 발급을 제재하는 등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준기자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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