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온동네가 결식 아동돕기에 팔걷어

3천300가구, 인구 1만명의 크잖은 동네 경산 남부동. 그 중 적잖은 숫자는 영세민. 나머지 사람들이 불과 2년 반만에 1천823만원을 모았다. 참가자 연인원 무려 8천600여명. 식당 주인, 이발사, 미용사, 시장 상인, 직장인들… 어쩌면 자신부터 위안 받고 싶어 할 서민들이 매달 2천~1만원씩을 냈다. 뭣하러?

굶는 아이들, 이름하여 '결식 아동'들을 돕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모은 돈이 두 달에 100만원씩 인근 '경산초등학교'에 전달된다. 이것으로 급식 받은 아동만도 이미 600여명. 이 마을은 도심이면서도 힘든 사람들이 너무 많은 곳. 경산초교 전교생 1천645명 중에선 결식아동이 무려 300여명에 이른다.

이 운동은 장영환 당시 동장(현 압량면장)을 중심으로 1998년 10월 시작됐다. "학교에만 맡길 게 아니라 우리 동네 아이는 우리가 챙겨야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왔지요". 석정온천호텔 안재환 사장은 매달 15만원씩을 4년째 부담하고 있다. 결식아동 5명 몫. 기어코 이름을 숨겨 달라는 이발사 서모씨는 매달 2만원씩 3년째 부담하고 있다. 지난달엔 경산시장에서 장사하는 최광석씨 등 상인 7명이 참여했다. 상방동 태성아파트 주민들은 월 평균 20명씩을 맡았다. "321 가구 주민들이 거의 전부 한번 이상은 참여했습니다. 어려운 이웃이 많은 백천동 일대 결식아동들도 도우려고 추진 중입니다". 이현주 관리소장이 감격스러워 했다.

삼남동 칼국수집 향촌식당 조방문(여.53)씨는 매달 10만원을 낸다. 결식아동 4명을 책임진 것. 벌써 3년째. "돈이 많다고 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것은 아니죠, 마음이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조씨는 요즘 식당 계산대 옆에 '결식아동 돕기 잔돈 통'도 마련해 놨다. 손님들이 몇백원씩 놓고 가는 것을 모아 방학이 되면 더 어려워질 결식아동들을 돌볼 요량.

통장협의회, 새마을협의회, 부녀회, 생활개선회, 체육회, 청년회, 농협, 파출소 등은 아예 자기 일로 알고 나섰다. 이렇게 해서 형성된 것이 '남부동 결식아동 도움회'. 전춘근(55) 회장은 그러나 오히려 죄스러워했다. "우리 힘이 부족해 결식아동 전부를 돕지 못해 가슴 아픕니다". 그러자 경산초교 권기웅 교장이 말했다. "교사.학생.학부모 모두 고마움을 오래토록 기억할 것입니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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