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여의원의 常委 기피

'일하는 국회'를 내세워 출범한 16대국회는 당초의 각오와는 달리 극히 저효율적인 국회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5월30일 개원한 국회는 12월31일까지 298건의 의안을 처리하는데 943억원이 소요, 1건당 3억1천644만원이란 엄청난 비용이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16대국회의 경우 정기국회 한차례, 임시국회8차례를 열었지만 본회의가 열린 날은 56일이었다. 국회가 안 열린 것이 아니라 열어놓고도 의원들이 참석치 않는 바람에 '개점(開店)휴업'상태가 계속됐던 것. 여야는 당초 홀수달에는 자료 조사와 국회 활동준비기간으로 휴회하고 짝수달에만 개회키로 했었으나 야당의 방탄국회 소집 등으로 홀짝수 구분없이 계속 열어놓곤 개점휴업의 볼성사나운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저효율 국회의 극치는 이번 4월 임시국회라는 소리도 들린다. 국회가 하는 일이 없고, 상임위에서 여당의원들의 모습을 볼 수 없는 '진기한'현상이 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원래 야당의원이 정치공세 차원에서 국회를 보이콧 하는 경우는 과거에도 흔히 있었다. 그러나 여당의원이 상임위에 불참, 그 결과 본회의가 상정할 법안이 없어서(상임위를 통과 안된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안된다) 국회가 헛도는 그런 과거에 없던 기현상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빚어지고 있으니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고나 할까.

▲일이 이쯤되자 여당 원내총무가 '위(대통령)의 엄명'이라고 내세우며 "의원 출석 상황을 일일이 체크해서 청와대에 보고하겠다"고 엄포까지 놓고 있지만 상임위에 참석하는 여당의원들의 모습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다. 여당의원들이 이처럼 상임위 참석을 기피하는 것은 당의 방침과 개인 입장이 현격히 다른데서 비롯된다. 최근 쟁점이 되고 있는 대우차 노조 폭력진압사태, 교육붕괴, 의료보험 파탄, 신문고시제 등 골치 아픈 문제를 둘러싸고 야당의 파상공세 앞에 할말이 없다는 것이 이들이 상임위를 기피하는 주요 이유로 꼽히고 있다. 청와대에서는 당의 전위부대로 당당히 총대 메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래도 그렇지 들끓는 여론앞에 유구무언인 터수에…. 그래서 상임위를 피하려고만 드는 여당의원들의 모습이 과거 5공(共)때의 '거수기'역할을 피하려는 몸부림처럼만 보이니 안타깝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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