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삼킨 제일은행이 재차 추가자금을 요구, 금융기관 구조조정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일고 있다. 이 은행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은 부실자산이 발생하면 손실보전해주기로 돼있는 풋백옵션을 내세워 1조원정도의 자금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국제문제화 시켰으며 이같은 부실자산이 3조원 정도 더 남아있다니 그야말로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제일은행은 IMF의 권유와 자체부실을 감당하지 못해 "투명한 경영과 선진금융기법 도입으로 한국금융 산업을 한단계 높이겠다"는 미명아래 국민의 혈세를 거저 쏟아 부어 해외매각을 감행한 은행이 아닌가. 그런데도 대주주는 공공기관인 은행을 마치 '전리품' 취급하고 있다. 지난 3월말 주총에서 전체 스톡옵션 527만주의 78%가 행장에게 돌아가자 바로 사회문제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제일은행의 흑자는 경영합리화에도 원인이 있지만 천문학적인 숫자의 국민의 혈세를 담보로 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도 임원들은 흑자잔치를 벌여 갈라먹기에 혈안이 됐으니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했는지 비난의 집중화살을 피하기 어렵게됐다.
옵션은 '선택권'이다. 따라서 옵션은 계약 초기 무엇을 어떻게 선택하겠다는 것을 명확히 해야한다. 옵션으로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은 계약이 얼마나 졸속이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국제분쟁에서 패할 경우, 우리나라의 국제신용도 추락은 물론 자칫 외국으로부터 '목소리만 높이면 된다'는 식의 어처구니 없는 인식을 심어주기 십상이다. 마치 흐지부지되고 있는 국내 구조조정의 현주소를 대외에 알리는 것에 다름 아니다.
지난번 중국과의 마늘분쟁에서도 결국 협상초기에 수입가격을 표시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됐듯이 국제협상에서 이같은 문제발생은 바로 우리 경제문화의 수준을 대변하는 것이다. 정부는 계약에 잘못이 있으면 관계자를 철저히 문책하고 국제분쟁에는 냉철히 대처, 더 이상 국제적 웃음거리가 되지않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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