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생 은지(가명·12·여·대구시 달서구 장기동)는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버지가 가출한 뒤 한동안 엄마와 살았으나 몇달전에 재혼한 엄마는 은지를 외할머니에게 맡겼다. 엄마와의 연락도 끊겼다는 은지는 "전화로라도 엄마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며 울먹였다.
민희(가명·4·여)는 엄마의 가출로 대구시 남구 한 보육원에 맡겨졌다. 민희의 아버지 박모(34)씨가 일자리를 찾다 집에 돌아와보니 부인은 집을 나가버리고 텅빈 방에 민희 혼자 울고 있었다고 한다. 박씨가 직장에서 해고된 뒤 생활이 어려워지자 민희엄마는 집을 나간 것이다.
모성애가 갈수록 엷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가정불화로 가출하는 주부들이 급증하고 있고 이혼시 아이를 떠맡지 않으려는 사례가 흔해졌으며, 아이를 보육원에 맡기고 재혼하는 경우도 적지않은 실정이다.
대구지역 소년소녀가정 213가구(307명) 가운데 엄마가 가출한 경우가 50여 가구에 이르고 있으며, 아버지만 있는 편부가정 1천704가구 가운데 상당수는 엄마가 가출한 경우다.
또한 대구지역 20곳의 아동복지시설에는 엄마의 가출로 맡겨진 아이들이 갈수록 증가, 남구 봉덕동 대성원 경우 3세미만의 아이들 100명 중 엄마가 가출해 아버지와 살다 보육원에 맡겨진 아동이 18명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아동복지시설에 들어오는 아동은 지난 97년 말 253명에서 98년 말 389명으로 크게 늘었다가 99년 말 118명으로 주는 듯 했으나 지난해 말 339명으로 다시 급증했다.
아동복지시설 관계자들은 "생활고에 따른 가정 해체 사례가 늘어나면서 한달에 한명꼴로 결손가정 아이들이 들어오고 있다"며 "아이들을 맡긴 뒤 다시 데려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전했다.
이들은 "예전엔 아버지가 사망하거나 집을 나가더라도 엄마 혼자 꿋꿋이 가정을 지키며 아이들을 키우는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엄마가 아이를 버려두고 집을 나가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노래방 등에서 주부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데다 불륜에 따른 주부 가출이 늘면서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구지방법원 가정지원 한 판사는 "이혼재판을 하다보면 아이를 맡지 않겠다는 여성들이 적지 않아 놀랐다"며 "자식을 위해 불구덩이에도 뛰어들던 고유의 모성애가 갈수록 희박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모현철기자 mohc@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대통령실 "국민추천제, 7만4천건 접수"…장·차관 추천 오늘 마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