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스포츠도 마케팅이다-3)

지난 82년 프로야구출범 이후 서울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국 대상의 '브랜드마케팅' '스타마케팅'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2002년 아시안게임을 앞둔 부산은 '도시이미지 마케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전념하고 있다. 또 일부 중소도시는 지리적 특성을 살린 시설투자로 대규모 행사 및 스포츠마케팅의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대구는 국제행사와 마케팅을 연결하는 기법은 물론 개념확립조차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스포츠마케팅 전문회사(Agency)도 응원기획, 스타 매니지먼트, 행사이벤트,총괄마케팅 등 수백개나 생겼으나 대다수 서울에 집중되고 부산지역 10여개 업체외에 대구는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이로인해 서울의 마케팅전문회사, 대기업, 유통·서비스업종은 이미 스포츠마케팅의 풍성한 과실을 따냈거나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골퍼 박세리, 마라토너 이봉주 등 스포츠스타를 활용한 대기업 '스타마케팅'은 상당한 성과를 냈고 현대자동차, LG전자, 삼성카드 등은 월드컵 공식후원 또는 스폰서로 축구장 광고, 관련상품 개발, 이벤트 준비에 여념이 없다. 스포츠용품업체와 각급 호텔도 신제품개발과 시설단장으로 '월드컵 특수'를 겨냥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아시안게임을 도시이미지 홍보와 지역경제활성화의 발판으로 삼기위해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도 경기개막 7년전에 일찌감치 꾸려졌다. '조직위'는 토털마케팅 대행업체인 스위스 ISL사에 압박을 가해 후원사 지정에 지역업체 우선권을 부여하는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또 개·폐막식, 지주광고, 기념주화 발행 등 상당수 이벤트는 '조직위'가 직영하면서 지역 상공회의소, 중소기업청, 업계 요구사항을 적극 반영한다는 것. 특히 ISL사가 최근 경영위기를 맞자 올림픽평의회(OCA)에 대행권 인수까지 요청하며 마케팅 직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경북 김천시 등은 중소도시의 특성을 살린 스포츠 기반시설과 이벤트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일조한 대표적 사례.

김천시는 지난해 420억원을 들여 사계절 천연잔디구장을 갖춘 '종합운동장'과 보조경기장을 마련했다. 최근 러시아 육상국가대표 코치가 이 운동장을 '육상트랙으로는 방콕국립경기장을 능가하는 최고시설'이라고 할만큼 국내외의 평가를 받고 있다.

시는 '대회유치전담반'을 적극 가동, 최근까지 '전국종별육상선수권대회' '전국남녀축구대회' 등 5건의 굵직한 행사를 비롯해 전국행사 10여건을 유치했고 '2002월드컵 준비캠프' 'U대회 축구경기장' 장소로도 활용할 예정이다. 현 추세대로라면 향후 3년안에 운동장 건설비는 물론 지역 생산 및 소득유발효과가 매년 3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시는 전망했다.

경남 남해의 4개 잔디구장도 '초등학교 축구대회'는 물론 각종 스포츠구단의 '겨울 전지훈련장'으로 각광받으며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반면, 관주도 국제행사가 기획·홍보 및 마케팅역량 부족으로 부가가치창출은 물론 행사자체마저 제대로 치러내지 못한 경우도 있다. 지난 99년 경기 하남시 '국제환경박람회'의 경우 250억원을 투입하고도 시민과 업계, 외국의 참여저조로 1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낸 실패한 국제행사로 꼽힌다. '조직위' 구성의 비전문성과 함께 기획력 및 국제마케팅 역량의 한계를 드러낸 행사여서, 우리가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전형이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전계완기자 jkw68@imaeil.com

0..대구, 경기장 등 기반시설 풍부

행사기반이 있는 도시는 특정 분야를 집중 육성시키는 전문화 마케팅에 중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전시 컨벤션, 스포츠마케팅 등 종합 마케팅도시로 성장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행사장, 경기장, 공항과 같은 기반시설이 인프라라면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운영 구조는 시스템이다. 지역이 잘 익은 '열매'를 따려면 인프라와운영시스템이 잘 맞아야 한다. 실패한 도시는 인프라는 있으나 운영시스템이 수준 이하라는 공통점이 있다.

부산국제영화제, 광주비엔날레, 춘천애니메이션축제, 부천판타스틱영화제 등은 특정 주제로 국제행사를 잘 치른 행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천종합운동장, 남해축구장 건립 등 중소도시의 특화사업도 성공 가능성이 높다. 이들은 전문가 집단을 활용하면서 특정행사 경험을 축적시켜 도시 이미지는 물론 경제적 이익까지실현한다.

특히 부산은 국제영화제, 동아시아대회, 올림픽 종목별 대회 유치 경험을 살려 서울에 이은 종합마케팅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국제도시로 성장하기 위한인프라와 시스템을 동시에 갖춰나가는 셈.

대구는 전시컨벤션센터, 월드컵경기장, 국제공항 등의 기반시설을 갖추고도 이를 경제활성화의 매개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특정 분야를 전문화할 것인지, 어떤 분야든 적극 유치해 통합마케팅 도시로 성장할 것인지 방향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