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표현자유 침해 잇단 마찰

최근 미술전시회에 박정희 전대통령의 과거 미화, 누드사진 등을 이유로 시민단체의 시위가 벌어지고, 전시회가 취소되는가 하면 사진모델이 작가를 고소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마찰이 잇따르고 있다.

16일 오후 3시쯤 석영기(41·계원조형예술대 교수)씨의 '박정희'전이 열리는 대백프라자 10층 갤러리앞에서 지역 3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박정희 기념사업 정부지원 반대를 위한 대구경북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 회원 10여명이 '전시회 중단'등을 요구하며 1시간동안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5·16쿠데타가 일어난 날에 박 전대통령을 미화하는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이같은 반역사적인 전시회를 주최한 백화점측은 사과하라" 주장했다.

백화점측은 전시회 안내자료에 명기된 '5·16기념' 대목을 삭제하고 '군사혁명'을 '군사쿠데타'로 바꿔 미술계·언론사 등에 발송키로 하고 전시회는 계속 열기로 했다.

작가 석영기씨는 "박 전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하려는게 아니라 40, 50대가 성장해온 그시대의 정서와 사회분위기를 보여주기 위한 전시회"라면서 "95년 이후 박 전대통령을 테마로 작품활동을 벌여왔지만 이같은 사태는 처음"이라며 당혹스러워했다.

이에 앞서 9일부터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열릴 예정이던 여류사진작가 노현혜(37)씨의 전문직 여성 사진전이 일부 모델들의 반발로 취소됐다.

한 전문직여성은 지난 7일 작가 노씨에 대해 "사업적인 목적으로 자신이 누드모델인 것처럼 외부에 알렸다"며 명예훼손혐의로 대구지방검찰청에 고소,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미술대학 교수는 "문화의 다양성을 갖지 못한 대구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이라면서 "표현의 자유와 개인의 신념을 양립시킬 수 있는 성숙한 문화의식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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