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애들이나 잘 키우지. 여자가 일은 무슨 일".누군가 아무 거리낌 없이 이런 말을 한다면 세상이 바뀐 줄 전혀 모르는 둔감한 사람이다. 요즘 대부분 아줌마들의 관심은 자신의 '일'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주부들에겐 가사와 육아에만 신경쓰던 취업 공백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런 때라도 '쉴 수는 있어도 그만둘 수는 없다'고 늘 '나만의 일'을 꿈꿔오지 않았던가?
아이들이 부모 품을 떠나고,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혼자 남았다. 그때서야 비로소 내가 할 만한 일이 없는가 찾아보지만 막상 쉽게 접촉할 수 있는 일거리는 없다. 취업에 대한 확신이 나름대로 서있다 하더라도 과연 나를 받아줄 만한 데가 있을까? 이젠 자신감도, 용기마저도 사라져버렸다.
그러나 미리부터 기죽을 필요는 없다. 우리 주변엔 특유한'아줌마표'끈기로 취업에 성공한 주부들이 많이 있지 않은가.
작년 11월부터 우유배달을 시작한 주부 박모씨(34). 소규모 개인기업에 다니던 남편의 실직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워지자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그 당시 남편의 재취업을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었기 때문. 지금은 남편도 재취업했으나 박씨는 그 일을 계속하고 있다. "경제적인 여유가 없는 탓도 있지만 집에서 살림만 하는 것이 이젠 답답하다" 박씨가 우유배달을 그만 둘 수 없는 이유다.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5학년 두 아이를 둔 주현애(38.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동서화성아파트)씨는 자기계발을 위해 독서지도 강좌를 듣다 강사로 나선 경우다. 영남대 평생교육원과 각종 문화센터의 독서지도자 과정을 마치는 등 나름대로 준비과정을 착실히 거쳤다. 늘 취업을 마음에 두고 있다가 아이들도 다 크고 해서 용기를 냈다. 주씨는 현재 대구 성서복지관에서 독서지도 강좌를 맡고있다.
학습지 교사 경력 3개월째인 이미영(33·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취업 희망 주부들에게 일단 '할 수 있다'는 용기부터 내보라고 조언한다. "목표가 있다면 용기를 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때 그때 반짝하는 유행직업만 좇지않는다면 길은 보일 겁니다. 시간이 좀 오래 걸리더라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이 잘 하는 것을 살리려 노력하면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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