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신도환 논설위원

'진주만( Pearl Harbor) 공습'이 60년만에 다시 시작된다. 올 여름 세계 최고의 블록버스터 영화로 꼽히는 디즈니 제작 '진주만'이 26일 미국내 3천개 극장에서 개봉된다.

▲한국에서는 6월1일 '친구'의 개봉스크린(서울 72개)보다 훨씬 많은(서울 80여개) 상영관에서 개봉될 예정이다. 장장 2시간55분간 상영되는 이 영화는 제작비가 1억4천500만달러(약 1천885억원)로 사상 최대 규모다. '더 록' '아마겟돈'을 함께 만든 제리 브룩하이머와 마이클 베이가 제작, 감독한 이 영화는 1941년12월7일 오전 7시55분 일본군 공군기가 오클라호마호를 공격하면서 시작된 '진주만 전투'를 1시간 가까이 담고 있다. 영화는 미육군 항공대 파일럿인 죽마고우 레이프(벤 애플렉)와 대니(조시 하트넷), 간호장교인 에블린(케이트 베킨세일)의 삼각관계 사랑과 전투 장면을 오가며 진행된다.

▲태평양전쟁의 시발점이 된 '진주만 공습'은 기습의 성공을 알린 암호문 '도라 도라 도라(호랑이, 호랑이, 호랑이)'와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영화는 영화일뿐이지만 교전 당사국이었던 일본과 미국의 최근 분위기와 맞물려 심상찮은 느낌을 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갱스터 영화인 '친구'가 공전의 히트를 치면서 '좋았던 시절(?)'인 과거 연대로의 복고분위기를 조장하더니 이 영화도 버무려놓은 사랑이야기가 상승 작용을 일으켜 이들 나라 국민들에 달콤한 사탕맛을 주지 않을지 우려된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21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어려운 일이 있으면 특공대에 대해 생각한다"며 가미카제(神風) 특공대를 찬양하고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서도 "전쟁 희생자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고 총리로서 참배할 생각"이라며 공식참배 방침을 분명히 했다고 한다. 가미카제는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의 목표물(주로군함)에 일부러 충돌하여 자살한 일본 조종사들을 일컫는 말. 3천500명에 이르는 젊은이들이 350여척의 전함에 피해를 준 대가로 애꿎게 사망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태평양 전쟁의 A급전범으로 처형된 도조 히데키(東條英機)당시 일본총리, 육군대장이었던 마쓰이 이와네(松井石根)등 7명의 위패가 봉안돼 있는 곳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가미카제 특공대와 전범들을 서슴없이 전쟁영웅으로 몰아가는 발언을 하는데서 보듯 일본이 우경화를 넘어 자칫 군국주의로 나아가지 않나하는 우려감을 주고 있다. 우익의 간판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지사는 "히틀러가 되고 싶다"는 말까지 하고 있을 정도다. 부시 정권의 강경 노선 등 주변 열강들의 움직임과 관련, 지금 한반도는 풍전등화와 같았던 구한말과 같은 신세라고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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