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산물축제 맥 끊긴다

농산물 수입이 농촌의 축제마저 죽이고 있다.의성 경우, 전국 최대 '작약'(약초) 주산지인 사곡면이 올해까지 14년째 '작약꽃 축제'를 열어 왔으나 중국산 수입으로 재배가 거의 끊겨 내년부터는 축제가 없어질 전망이다. 10여년 전에만 해도 이곳에서는 작약이 50ha나 재배돼 꽃이 만개하는 5월 중순에 소비자 홍보를 위한 작약꽃 축제가 열려 전국에서 관람객이 몰렸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중국산 수입이 본격화된 뒤 농민들이 재배를 포기, 지금은 약초시험장에 가야 작약을 구경할 수 있을 정도가 돼 버렸다.

축제는 25일 사곡중학교 운동장에서 열렸으나 일반 관람객은 없고 함께 열린 경로잔치에 나온 노인 600여명 등만 자리를 지켰다. 신훈식 군의원은 "작약꽃 축제는 올해로 끝나고 내년부터는 '산수유 축제'로 바꿔야 할 판"이라 했고, 주민들은 "중국산 수입이 마을 축제마저 바꿔 놓는 세상이 돼 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의성은 마늘 주산지이기도 해 작년부터 수확기가 끝난 뒤인 7월에 '마늘축제'를 열기로 했으나 수입 파동으로 포기했다. 값이 폭락해 농민들의 시위가 잇따르자 작년엔 축제가 마늘 팔아주기 행사로 포기·변경됐고, 올해도 7월 중순 같은 형태로 치르기로 했다. 의성농민회 김선환 회장은 "중국산 수입으로 의성지역 마늘 농민들이 입는 피해는 연간 300억원"이라고 주장했다.

경북도내에서는 딸기·수박·참외·고추·한우 등 각종 지역 특산물 수확의 기쁨을 함께하고 홍보도 하기 위한 축제가 열려 왔으나, 수입 자유화 때문에 상당수 이같은 타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농민들은 보고 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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