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신암교회'아름다운 학교'교사 이경채씨

"손주들이 찾아와서…친구들 계모임에도 가야되고…".수업에 빠진 할머니의 변명하는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10년을 한결같이 나이든 어른들을 위해 한글지도를 하고 있는 이경채(39)씨는 호랑이선생님이다. 매주 화·목요일(오전 10~12시) 대구 신암교회 '아름다운 학교'에서 노인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 선생님.

77세 할머니까지 출석하는 평균 연령 60대의 '어르신 제자들'이 그의 학생들이다. 집안 형편과 또 다른 여러 사정들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람들이 대부분.

"은행이나 병원 같은 데서 남에게 부탁하지 않고 직접 글자를 쓸 수 있어 제일 좋다"는 한 할머니는 한글을 배우고 나니까 눈이 떠진 것 같다고 했다. 이때까지 그런 불편을 겪으며 어떻게 살아왔나 싶단다.

3년째인 하정자(68)할머니는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어요. 몸이 아파도 내일 학교가야 된다고 생각하면 벌떡 일어나지요. 정말 고마운 분이지요".

24일 '아름다운 학교'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선생님 자랑부터 시작했다. 실제로 이경채씨는 10년간의 자원봉사 기간 중 출산때 외엔 수업을 빠트린 적이 없다.

이곳에선 이씨 외에도 이양자(56)·최재은(29)·윤양일(65)씨 등 25명의 선생님들이 400여명의 어른 학생들에게 영어, 한문, 국어 등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한다. 그들 자원봉사 교사들이 수업료격으로 받는 것은 교무실에서 가져가는 버스 토큰 하나가 전부. 반야월에서 속셈학원을 운영하는 최재은씨외엔 모두 평범한 아저씨, 아줌마들이다.

"한글을 깨우치고부터 모든 일에 자신감을 갖는 변화된 모습들을 보면 내 일처럼 기쁩니다. 혼자서 관공서에 들를 수도 있고 전에는 꿈도 못꾸던 노인대학에 입학했다고 자랑할 때 뿌듯한 보람을 느끼게 되지요".

박운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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