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뭄으로 생태계 교란?

극심한 가뭄으로 하천이 바닥을 드러내면서 물고기가 빈사상태에 이르는가 하면 가뭄에 강한 귀화식물들이 더욱 번성하는 등 생태계 교란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5일 대구기상대에 따르면 올해 대구지역 강수량은 179.2mm를 기록해 평년치 251.9mm보다 70여mm가 부족, 일부 금호강 지류들의 경우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물이 모자라 물고기들이 고난을 겪고 있다.

금호강 강창교지점의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은 3월 3.9mg/ℓ에서 4월 4.9mg/ℓ로, 낙동강 달성군 강정지점도 3월 2.0mg/ℓ에서 4월 2.9mg/ℓ로 나빠져 물고기들이 호흡곤란에 시달리고 있다.

4일 오후 동화천이 금호강에 합류하는 무태교 일대에는 잉어, 붕어 등 물고기가 등을 보일 정도로 얕은 보 주위나 여울진 곳을 찾아 헤매고 있었으며, 물을 찾아 몰려든 물고기들도 왜가리.백로 등 여름 철새들의 먹잇감 위험에 처해 있다.

달성군 강정취수장 하류쪽도 취수보에 가로막혀 수심이 얕아진데다 물속에 산소가 부족, 물고기들이 숨을 쉬기 위해 물위로 떠오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정제영 총무는 "물고기들이 웅덩이에 갇혀 버리면서 산란장소로 이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위가 낮은 산란지의 물이 먼저 줄어 앞으로 개체수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달부터 소방차가 식수를 나르고 있는 안동시 도산면 선양리 속칭 득작골 마을의경우 가뭄으로 개구리 울음소리가 사라지면서 밤이면 마을 전체가 적막감에 휩싸인다.

마을 주민 최한출(63)씨는 "예년이면 개구리 울음소리가 온 마을에 시끌러웠는 데 올해는 전부 사라졌다. 요즘은 개울바닥이 말라버려 올챙이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가뭄에 강한 귀화식물들이 토종식물들을 제치고 더욱 번성할 우려마저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대구시 달성군 방천쓰레기매립장 인근, 동촌유원지 주변 등 금호강변에는 최근 귀화식물인 털갈퀴덩굴이 급속도로 늘어나 온 둔치를 뒤덮고 있어 토종식물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한국생태계관리연구소 김종원 소장(계명대 환경학부 교수)은 "털갈퀴덩굴이나 메귀리같은 귀화식물은 건조한 기후에 강한 종들로 고유식물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며 "식물사회가 귀화식물 위주로 바뀌면 야생동물 먹이도 줄어 영향을 받게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생태계조사단 채병수(46)박사는 "최근 경북 문경.충북 괴산지역을 조사한 결과 일부 하천의 경우 강바닥이 드러나면서 하천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가뭄도 문제지만 무분별한 개발로 지하수가 고갈된 것도 생태계 파괴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가뭄이 지속되면서 건조한 기후에 강한 귀화식물들이 토종식물들을 제치고 더욱 번성하는 등 가뭄에 따른 생태계 교란이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대구시 달성군 방천쓰레기매립장 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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