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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건축, 정지된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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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건축은 정지된 음악이다'라며 시각으로 보여지는 건축을 청각으로 감지되는 음악에 비유하고 예찬했다. 기능과 조형성의 차원을 넘어서 인간의 심상으로 감지되는 3차원의 감성, 즉 음악적인 화음과 리듬의 조화, 선율의 아름다움이 동결되어 건축에 담겨져 있다는 표현이다. 그 화음과 선율에는 연주(건축물)하고 감상(사용자)하는 상호 교감의 정서가 형태로 존재한다. 건축은 시간과 더불어 후일에까지 문화적 사회적 정치적 분위기까지를 전달하는 그 시대의 거울이기도 하다.그리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는 시민들의 경제, 정치, 상업 축제의 광장 '아고라(Agora)'를 중심으로 다양한 역할의 건축물이 조화롭게 연주되고 있었음을 유적과 기록으로 알 수 있다. 절대권위의 신전과 주랑(스토아), 시장, 공공기관, 극장 등은 아름다운 화음 속에서 민주정치가 싹트고 철학과 예술, 문화가 생성하는 민중의 공공장소였다.

반면에 엄청난 스케일의 영역과 기하학적 정원, 화려함의 극치를 보기 위해 관광객이 모여드는 프랑스의 베르사이유 궁전은 루이 14세 왕정시대의 권력을 상징하는 절대자를 위한 건축이자 민중과는 불협화음을 이루는 광시곡은 아니었을까? 과다한 장식, 건축적인 만용으로 대표되는 바로코적 연주는 결과적으로는 민중의 분노를 유발시키는 시민혁명의 서곡이 되었다.

일제 강점기의 총독부가 권력과 위엄을 상징하는 힘의 건축을 이 땅에 세우기 시작한 이후, 우리 스스로도 숱한 세월 동안 일률적이고 단조로운 힘의 행진곡만을 연주하고 감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시민을 위한다는 관청과 공공건물, 학교 건축까지도 좌우대칭으로 힘의 균형만이 절대적인 양, 긴장되고 엄숙한 제국주의적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혹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모습이 총독부식 투구, 파르테논식의 권위와 경직된 표정의 레파토리가 아니었다면, 여당과 야당은 한결 아름다운 마음과 여유로운 유연함으로 신세기 환상곡을 연주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를 일이다.

건축가.경운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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