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발심시변정각(初發心時便正覺)이라 했던가. 처음 출가할 때의 마음이라면 그자리가 바로 공부를 완성한 자리일 터. 출가인들이 이처럼 초발심을 내는 때는 바로 행자시절이다. 이 시대의 수행자들이 초발심을 내던 행자시절에는 과연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향해 어디로 가고 있었을까.
월간 불교지 '해인'의 박원자 기자가 묶어낸 '나의 행자시절'이란 책은 그런 이야기들을 담고있다. 원담.석주.탄성.이두.월운 등 노스님들에서 도법.원택.지명.종림 등 중진 스님들에 이르기 까지 45명의 스님들이 지나온 행자시절의 자취이다.
'무엇이 아프냐'고 묻던 만공 선사, 어디서들 왔느냐고 묻던 조실스님, 호랑이보다 더 무서웠던 성철 스님, 한없이 자비로웠던 지월 노스님에 대한 추억, 검박하기 이를데 없었던 청담.효봉 스님에 대한 회고....
이 책에서 스님들이 출가 수행을 시작한 1920년대 이후의 절집 법도와 풍경 그리고 그 시대 선지식들의 언행까지도 엿볼 수 있다. 말로만 듣던 만공.금오.효봉.동산.한암.향곡.청담 .지월.성철 큰스님 등의 체취를 느낄수 있는 것도 큰 인연이다.
풋풋했던 초발심의 행자시절을 거치며 묵묵히 출가의 길을 걷고 있는 수행자들의 아름다운 삶 속에는 존재보다 소유에 탐닉하고 있는 현대인들이 무엇을 지니고 무엇을 버려야 할지, 또 어디로 향해 가야 할지에 대한 답을 찾아 볼만 하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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