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 등 지표의 물이 완전히 말라 붙은 후 경북 북부지역에서는 지하수 퍼내기로 물 구하기 전쟁 양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러나 늦게 뚫는 관정일수록 깊이 파게 됨으로써 기존의 얕은 관정 물이 말라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영양 경우 군청이 뚫어놓은 대형관정 75개 외에도 이번 가뭄으로 대형 3개, 중소형 28개를 새로 만들었다. 여기다 농민들이 판 개별 토지용 소형관정도 400여개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이 닥치자 청기면 토구리 양지마을 20여가구는 몇백m 떨어져 있는 저수지 담수용 대형 관정 때문에 마을 식수 관정의 물길이 끊겼다며 담수용 관정의 사용 중단을 요구, 군청이 관정 양수기를 껐다.
수비면 신원리에서 관광농원을 하는 최모(38)씨는 5년 전 1천200여만원을 들여 뚫은 식수용 관정에서 물이 한방울도 나오지 않아 속을 앓고 있다. 가뭄 때문에 인근 풍촌들에 대형관정이 잇따라 뚫어지면서 물이 서서히 끊기기 시작했다는 것.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 한두시간 끌어 올릴 물이 있었으나 최근엔 아예 물길이 말라버렸다고 했다.
영주시 이산면 지동리에선 관정 때문에 주먹다짐까지 벌어졌다. 논물을 대기 위해 관정을 개발한 뒤 아랫논에 물이 말랐다는 것. 한 농민은 "가뭄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어 툭하면 주먹다짐이 오간다"며 "친구가 원수로 변하는 경우까지 생겼다"며 안타까워했다.
안동에서는 녹전면 2개 마을이 그 중간에 만든 대형 암반관정의 사용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당초엔 함께 사용토록 하기 위해 만든 것이었지만 가뭄이 계속되자 "수원이 우리 쪽에 있다"며 한 마을이 다른 마을의 사용을 막은 것. 물이 끊긴 동민들은 매일 면사무소로 찾아 가 농성하고 있다.
일년 전 판 관정으로 최근 모내기를 마쳤던 안동시 와룡면 가구리 한 농민은 최근 이웃 땅 주인이 5m쯤 떨어진 곳에 새로 관정을 뚫은 뒤 자신의 관정이 말랐다며 얼마전 큰 싸움을 벌였다. 동네 사람들이 중재를 했으나 워낙 감정이 상해 눈길도 마주치지 않는다고 했다.
녹전면 사천리 가르네 마을은 이웃 마을과의 불화 때문에 아예 수원조차 확보치 못하는 형편이다. 동네에서는 암반관정을 뚫어도 했으나 물이 나오지 않아 옆동네 땅에 뚫어야 할 형편이지만 그쪽에서는 지표수 고갈 등을 이유로 거부하기 때문. 그 결과 5년 전에 많은 돈을 들여 한 밭 기반 정비조차 소용이 없어졌다.
봉화군 봉성면 봉양리 머드골 마을은 논밭의 소형관정 굴착 이후 식수 관정이 말라 갈등이 빚어졌다. 상운면 운계2리 괴별동네는 농사용 대형관정 굴착 탓에 식수가 없어져 애를 먹고 있다. 김석두(75)씨는 "그간 식수 걱정은 없었는데 이번 가뭄으로 관정에서 물을 평소의 3~5배나 뽑아 내니 먹을 물이 말랐다"고 했다. 강성일 상운면장은 "물이 귀해지면서 형제간에도 물을 안 줄 정도로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있다"고 했다.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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