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북 북부지역 각 시청.군청 가뭄 관련 부서는 정치인과 상급기관 인사들의 잦은 방문으로 일손을 더 뺏겨 죽을 맛이다. 의성 경우 이들 때문에 담당 공무원들이 밤을 꼬박 새우기 일쑤다.
최근 의성을 방문한 인사는 경북도청 실무진을 제외하고도 지난 5일 경북도 행정부지사, 6일 경북지사, 10일 청와대 행정관, 11일 감사원 감사관 및 2군사령부 군수처장, 13일 한나라당 정창화 의원 및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 일행, 15일 국무총리실 수질개선 기획단 및 농협 중앙회장, 17일 농림부 과장 등이다.
이들은 가뭄 현장을 살피고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목적을 밝히지만, 현장 공무원들은 도리어 일만 그르친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공무원은 "상급기관 공무원이나 정치인이 찾아 오면 밤을 꼬박 새워 가며 브리핑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 때문에 진짜 필요한 현장 지원이 오히려 뒤로 밀린다"고 했다. 또다른 공무원도 "고위 인사 맞기에 정신이 팔려 정작 가뭄대책, 마늘.양파 농가 일손 돕기 등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정규 근무시간 일만 해도 정신 없을 지경이다. 가뭄이 심하다 보니 민원도 끊이질 않는다. 어떤 지역에선 대형 굴착기가 필요한데도 군청이 지원해 주지 않는다고 전화를 하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엔진 큰 양수기를 보내라고 고함을 친다. 군의원들까지 가세해 몰아붙이기만 한다고 공무원들은 하소연 한다.
농민들도 싫은 표정이 역력하다.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들이 왔다고 야단법석을 떨었지만 이들이 주고 간 것이 무엇이냐"고 한 농민은 빈정댔다. 고위 인사들의 현장 찾기 불평은 가뭄이나 수해가 날 때마다 쏟아지는 것들. 그런데도 개선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의성.이희대기자 hd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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