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기능대 전자과 43세 박현숙씨

대구기능대학 산업학사 학위과정 전자과에 재학중인 박현숙(43·여·대구시 남구 대명동)씨는 같은 반 재학생들에게 '왕언니'로 불린다.

전자과내에서는 물론 이 대학 재학생 가운데 단연 '최고령을 자랑'할뿐만 아니라 학업성적도 월등해 이같은 별명을 얻게된 것.

오전 9시무렵부터 오후 6시까지 이어지는 수업. 가정주부로서 아니, 불혹의 나이를 넘긴 '아줌마'로서 쉬운 공부가 아니지만 박씨의 열의는 주위 사람들에게 '놀라움'을 던진다.

지난 해 입학한 이래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박씨. 왕언니답게 장학금도 독차지였다. 좀처럼 따기가 쉽지 않다는 '정보통신기사' 자격증도 이 달 초 취득했다. '전자'에 대한 본격적 공부를 시작한지 1년여만에 이뤄낸 성과.

박씨에게 있어서 '전자과'는 생소한 학문이다. 고려대 가정교육학과를 졸업, 1년여동안 교편을 잡았다가 남편을 만나 '주부생활'만 해왔다.

"요즘은 일상용어 가운데에도 전자용어가 많잖아요. 생각보다 전자과 공부가 생소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공부하기가 어렵지만은 않습니다".

늦깎이 공부를 하겠다는 말에 계명대 교수로 재직중인 남편이 후원자로 나섰고 대학생인 아들과 고교생인 딸도 말리지 않았다.

박씨의 아들도 '전자'를 전공하고 있다. 딸도 이 분야에 흥미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전자 가족'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비친다.

"가족 내력을 보면 전자와 인연이 깊어요. 조카 10명 가운데 7명이 전자과를 나와 이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남편은 예외다. 남편의 전공은 정치학. 하지만 '전자'를 하는 아내에 대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준다.

"졸업후에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없어요. 하지만 중단하지 않고 이 분야와 관련된 결과물을 얻어갈 수 있다면 좋겠죠. 우선 컴퓨터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보고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벤처기업도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공부가 너무 재미있다는 박씨. 해야겠다는 의지 앞에는 나이가 결코 걸림돌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최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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