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한심한 금감원의 낙하산 부대

공공부문 개혁이 가장 지지부진하다는 평을 받고 있는 가운데 불거진 금융감독원 고위간부 집단 낙하산 인사는 우리나라 공직자의 윤리의식이 얼마나 땅에 떨어졌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다. 금감원의 자료에 따르면 올 5월31일 '공직자윤리법 시행령개정안'이 시행되기 직전 3개월간 금감원 1급 이상 간부 11명이 퇴직해 각종 금융기관 고위직에 대거 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무엇인가. 지난해 동방금고 불법대출사건과 거기에 연루된 금감원의 이중주는 결국 한 국장을 자살로까지 몰고가면서 우리경제를 흔들어 놓은 사건 아닌가. 이의 재발 방지를 위해 인·허가, 검사, 감사 직종에서 근무한 2급 이상 공직자(종전 임원 이상)는 '퇴직전 3년, 퇴직후 2년간'은 관련 민간기업 취업을 제한함으로써 금감원의 입김을 최소화시킨다는 취지였다.

그런데 법시행 직전에 이같은 인사를 단행해 버렸으니 그 준법정신(?)이야 높이 살지 모르겠지만 법취지와 제도개편 의도를 완전 무시한 부도덕한 처사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공직자 도덕성은 온데 간데 없고 법망만 피하면 된다는 식의 '요령 편의주의'가 아직도 난무하고 있었다니 과연 무엇을 위한 개혁인지 할 말을 잊는다.

특히 낙하산 인물 대부분이 금융기관에서 크게 책임소재를 묻지않는 감사(監事)직에 임용됐다는 사실은 금융기관 의사와는 관계없는 '외압'인사일 가능성을 더욱 짙게 하고 있다. 또 이들이 취업한 금융기관은 대부분 공적자금이 투입된 곳으로 '저비용 고효율'을 위해 군살을 빼야할 입장인데 전직 공직자의 투입은 자칫 개혁분위기를 크게 흐려 놓을 것이다.

금융구조개혁은 금융기관이 감독원으로부터 일단 자유로워야 가능하다. 감독원은 감독기능 이외 업무는 금융기관 자율에 맡겨야한다. 인사 관여는 분명 금융개혁에 역행하는 처사다. 당국은 이번 인사가 압력에 의한 것인지의 여부를 철저히 가려내야 하고 이를 계기로 공직자 윤리무장을 강화하는 것이 중단없는 개혁의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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