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프랑스 소장 외규장각 도서 반환 문제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이런 와중에 우리는 지금 질곡의 역사를 되돌아보면서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과연 제대로 보호되고 산업자원화되고 있는지, 자성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박물관 운영만 보더라도 우리가 어느 정도 함께 키우면서 공유하고, 역사와 문화를 즐기면서 배우는 '학습의 장'으로 운영되고 활용되는지도 돌아보게 한다. 구미 선진국에서의 박물관들은 문화유산이 보고(寶庫)이자 역사 교육의 전당 역할을 하며 국민들이 쉬면서 배우고 즐기는 '열린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첨단산업의 정보센터가 되고 있다. 박물관에 지구촌 사람들의 발길을 이어지게 할 뿐 아니라 전통 문화유산에서 착상한 문화상품들이나 관광자원을 개발, 외화 획득의 무공해산업으로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 영국의 브리티시 박물관, 미국의 스미소니언 박물관, 일본의 도쿄 국립박물관 등이 보여주는 박물관과 관광산업.문화상품 개발 산업과의 긴밀한 연계는 문화유산 활용 산업의 대표적인 경우들이다.
박물관은 21C 첨단산업기지
영국은 1970년 IMF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도 브리티시 박물관을 학술.문화.교육의 전당과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만들기 위해 '브리티시 박물관법'을 별도로 제정하고, 이 법에 의해 이사회를 범사회적으로 구성하는가 하면, 300여명의 전문직을 포함한 1천명이 넘는 직원과 충분한 예산으로 문화교육의 전당으로서 뿐 아니라 다각적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굴지의 산업기지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어떤가. 멀리 볼 것도 없이 국립 대구박물관을 들여다보더라도 안타까운 마음을 떨칠 수 없다. 대구박물관은 근년 들어 유물을 보존.관리하고 전시하며 선조들의 얼과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개념을 넘어서는 '열린 문화공간'을 지향하는 의욕과 성과들을 보여준다. 특히 '휴식이 있고 열린 문화공간, 배움이 있고 열린 휴식공간'을 표방하면서 고부가가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모색을 하고 있기도 하다. 각종 문화행사로 시민들을 끌어들이고 찾아나서는 작업을 다채롭게 펼치는 한편 3만평 부지를 자연학습장, 산림휴양욕 산책길, 역사 학습장, 시문학 동산, 꽃길, 약초 학습장 등으로 개방해 '즐기면서 배우는 공간'으로도 탈바꿈하고 있다. 시민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함께 만들어 가는 박물관'을 시도하고, 후문을 개방해 어린이회관 후문과 이어지게도 했다. 지난해는 42만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홈페이지는 18만회 이상의 접속을 기록했다.
고부가가치 창출로 외화획득을
하지만 다른 지방의 박물관에 비해 전시공간.수장고 등이 빈약하고, 학예연구직 등 전문인력도 크게 부족하다. 유물 보존처리 인력은 아예 한 사람도 없어 소장 유물의 과학적 보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대구의 도시 규모에 비해 관장(4급 학예연구관)과 학예연구실장(5급 학예연구관)의 직급도 너무 낮아 박물관의 위상과 원활한 업무 협조 체제 구축을 위해선 최소한 한 급 정도씩은 상향 조정돼야만 할 것이다.
관할 지역이 대구와 경북 일원(경산.칠곡.고령.안동.영주.문경.상주.김천)인 대구박물관은 주변 여건이 유사한 박물관들에 견주어 보더라도 열악하다. 국립 광주박물관.전주박물관과 비교해 봐도 그 사정은 쉽게 짐작된다. 광주박물관은 전시공간 811평에 연구관(관장 3급) 4명, 연구사 3명, 행정직 3명, 기능직 20명이며, 전주박물관은 전시공간 779평에 연구관(관장 3급) 4명, 연구사 3명, 행정직 3명, 기능직 18명이나 대구박물관은 연구관 2명(관장 4급), 연구사 2명, 행정직 3명, 별정직 1명, 기능직 13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소장 유물이 3만여점에 이르고, 관할 지역의 대규모 발굴 작업들도 이어지고 있어 소장해야 할 유물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월드컵.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국제대회들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대구박물관 측이 요구하고 있듯이 전문인력을 최소한 5명 정도는 늘리고, 전시공간.사회교육관.수장고 등의 시설 확충과 진열실 보완.개수 작업도 따라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박물관이 이 지역의 문화유산들을 두루 포용하면서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드높이고, 지구촌을 겨냥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도록 키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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