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화 복수박 '재기부심'

삼복(三伏)에 이미지가 잘 맞아들어 더 인상적인 복수박. 국내 생산 13년째이나, 그 '원조' 격인 봉화에서는 점차 농사 재미가 떨어지고 있다.

어떤 역사와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일까?

◇봉화 복수박의 탄생=본래는 일본에서 개발된 품종. 서울종묘사에서 1988년 해발 500~600m의 봉화 춘양면 준고랭지 100평에 시험 재배하면서 국내 생산이 시작됐다.

이듬해 의양리 박연거(50)씨 등 8농가가 '태백산 작목반'을 구성해 3천여평 재배에 성공하면서 상업생산되기 시작했고, 90년대 중반 이후 재배 면적이 급증하면서 국도변 원두막 판매가 시작되면서 정착기를 맞았다. 춘양·법전 뿐 아니라 봉화읍·소천면 등으로 재배가 확산돼 1999년 경우 총 225농가가 50㏊를 재배, 14억4천여만원의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것.

첫 재배자인 박연거씨는 "한 개 무게가 보통 수박의 4분의 1 정도인 1.8~2㎏밖에 안돼 핵가족화 시대와 맞아 떨어졌고, 껍질째 깎아 먹을 수 있어 쓰레기도 나오지 않아 더 인기를 끌었다"고 비결을 설명했다. 특히 태백산 준고랭지 재배로 당도가 보통 수박보다 1~3도 높은 13, 14도에 달하며 육질에 섬유질이 많아 아삭아삭하고 신선한 맛이 나는 것도 큰 장점이라는 것.

한때는 봉화 국도변 원두막만도 200여개에 달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봉화 복수박의 현재=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IMF사태 영향으로 소비가 위축된 데다 재배지가 울진·상주·거창·고창 등 전국으로 확대돼 희소성이 줄어든 것. 거기에다 연작 탓에 품질이 떨어지고 생산량이 감소했다. 5년 정도 절정기를 누리다 한고비를 넘은 것.

값도 2, 3개 들이 5kg 상자당 1만원(원두막 가격)에서 6천∼8천원선(대도시 공판장 가격)으로 떨어졌다. 도로변 원두막도 100여개로 줄었고, 거기서의 판매량 역시 예전 같잖다. 춘양의 김진삼(50·의양리)씨는 "원두막에서는 하루 종일 팔아도 평일 2, 3상자, 토·일요일 10상자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이 때문에 화훼·피망·오이·토마토 등으로 전환하는 농가가 생겨, 재배면적이 작년 20.3㏊, 올해 18㏊로 급감했다.

◇재기를 노리다=봉화 농업기술센터는 연작 피해를 이길 수 있도록 지도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김성용(42) 지도사는 "퇴비 사용을 늘리고 덩굴마름병 예방을 위해 호박·박 접붙이기, 태양열 소독법을 도입토록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덩굴마름병은 뿌리에서 줄기로 공급되는 영양분의 통로를 막는 병.

농민들 사이에서는 "재배지가 전국으로 확대됐는데도 10년 넘게 상자당 1만원의 값을 고집해서는 경쟁력이 없다"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원두막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대도시 직판 행사 등 또다른 판로개척 요구도 적잖다.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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