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무원 노조설립 어떻게 돼가나

정부가 '강경저지 정책'을 누그러뜨리면서 '공무원노조 설립'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노조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공무원전국연합단체 정도는 인정할 수 있다는전제아래 노사정위원회에서 이를 논의해보겠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정부의 이같은 자세변화에 따라 공무원단체들은 현 대통령의 임기내에는 공무원노조 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태도변화가 공무원노조 설립으로 직결될 수 있을지, 공직사회는 물론 노동계 전체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공무원노조' 어디까지 왔나

대구시청·경북도청·행정자치부·건설교통부 등 전국 15개 행정기관 직장협의회 소속 6급 이하 공무원들은 4일 오후 정부 대전청사 회의실에서 가칭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준비위원회 결성대회를 열고 '공무원노조 결성'을 향한 깃발을 올렸다.현재 국내 공무원단체는 크게 2개로 나뉘어 있다. 지난 해 초 대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발전연구회'와 부산·경남지역 공무원들이 주축이 돼 결성된 '전국공무원직장협의회 총연합'.

이들은 각각 80여곳의 직장협의회를 가입시키고 있으며 아직 직장협의회를 결성하지 않은 행정기관 공무원들을 상대로 세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대구지역의 경우, 대구시청을 비롯해 대구시의회·상수도사업본부·보건환경연구원과 8개 구·군청에 직장협의회가 결성돼있으며 대구·경북지역 직장협의회는 대다수가 '발전연구회' 소속이다. '총연합'에는 경북대직원노조가 가입해있다.

대구지역은 기능·고용직 중심으로 짜여있는 일부 기초자치단체 직장협의회에서 행정직들의 참여가 늘고 있다. 달구벌공무원직장협의회에 따르면 대구지역에만 6천여명의 공무원들이 직장협의회에 참여, 90%가 넘는 가입률을 보이고 있다.

경북지역은 구미·포항·영천·울릉·고령군 등 5곳에 직장협의회가 결성돼있으며 상주시 등 일부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설립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지역 공무원단체들은 국세청·원호청·환경청·세무서 등의 공무원들과 접촉, 금년내 직장협의회 설립을 현재보다 2배 가량 늘릴 계획이다.

◇정부와 입장차

정부는 일단 공무원직장협의회가 전국연합체 수준으로 변화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단체행동권을 제외한 단결권·단체교섭권을 허용하는 시점과 교섭창구 등을 노사정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는 내부입장도 정리했다. 이에 따라 개별 행정기관 단위로 협의돼온 처우문제 등 공무원사회의 현안이 중앙단위에서 논의될 수 있게 됐다. 낮은 단계의 단체교섭이 이뤄질 수 있는길이 열린 것.

하지만 공무원 연합체가 노조의 전단계인지는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다.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모호한 것이다.정부는 이와 관련, "연합체가 노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뜻을 밝히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공무원단체는 정부가 사실상 노조설립을 추인해줬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공무원노동조합 허용문제는 이미 97년 대선당시김대중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으며 98년 2월의 '노사정 사회협약'에도 포함된 것이므로 현정부가 해결할 수 밖에 없는 문제라는 것.

게다가 공무원노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결사체의 한 형태로 공무원들의 기본적 권리이므로 정부가 법률을 이용, 이를 제지하는 것은 헌법정신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공무원단체는 주장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 등이 공무원 노동3권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는 점도 공무원 노동단체의 뒤를 받치고 있다. 국제노동기구는 한국정부에 대해 공무원의노동기본권 보장을 권고해왔다.

◇외국에서는

미국의 경우, 62년부터 연방공무원의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을 인정한 뒤 78년 연방 공무원제도개혁법으로써 보장됐다. 이 법률에 따르면 노조결성과가입을 자유롭게 하며 단체교섭구조는 공공부문노동자 선거를 통해 과반수 지지를 얻는 노조를 선출, 배타적 교섭권을 부여해 교섭을 갖도록 하고 있다.

영국은 46년부터 공무원의 노조결성권리를 인정했고 공무원의 노동관계도 민간부문과 동일하게 일반 노동관계법의 적용을 받게돼 있다. 국가공무원은직무의 종류 및 등급에 따라 여러형태의 노조 구성 및 가입이 가능하며 단체행동권을 제한하는 법규정은 없다.독일은 경찰관·소방공무원·군인을 포함한 모든 직종의 공무원에게 포괄적인 단결권을 보장하며 공공부문 노조결성 형태에 관한 법적 제약은 없다. 단체교섭 또는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명문규정은 없지만 제약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적법한 노조단체는 공무원과 관계된 규칙제정 등에 관여할 수 있다.

일본은 공무원 노동3권을 인정하지만 제한이 많은 편. 공무원단체 또는 연합체를 '노조'라 명시하진 않으며 직원단체라고 한다. 경찰·소방·해상보안청·교도소·방위청직원 등은 직원단체를 결성·가입할 수 없도록 했다.일반공무원의 쟁의행위는 전면적으로 금지돼있고 일반공무원의 노동관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법이 적용되지 않아 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이 불가능하다. 단체교섭은 단체협약체결을 전제로 하지 않고 관리운영사항은 교섭사항에서 제외된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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