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부산 해운대 해수욕장에는 60만, 강릉 경포해수욕장에는 20만명의 피서객이 몰렸다. 그러나 경북 동해안은 지역민들이나 찾는 '동네 해수욕장'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찾는 사람이야 적잖지만 실제 수익으로는 연결되지 못하기 때문.
◇내장객은 늘지만 수익성은 되레 하락=포항의 대표적 해수욕장 중 지난 달 말까지 칠포에는 작년보다 1만1천여명 많은 4만8천명이 찾은 것으로 포항시청은 집계했다. 7개 지정 해수욕장 전체로도 작년보다 4만명 많은 16만7천명이 찾았다는 얘기.
이에 대해 북구청 관계자는 "올해는 개장 후 날씨가 줄곧 맑았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시청 관계자는 "해변축제·바다연극제 등 시청 주최 이벤트들이 주효한 결과"라고 자화자찬 하기도 했다. 유독 구룡포에만은 8천명 이상 줄어 1만5천명에 불과했지만, 그것도 개장 시기가 작년보다 1주일 가량 늦었기 때문일 뿐이라는 것.
그 말처럼 실제로 찾은 이가 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해수욕장 인근 상가와 포항시내 죽도시장 등 상인들의 느낌은 전혀 다르다. 여름 특수를 기대했지만 "바다 피서객 대부분이 인근 주민이다 보니 돈이 안된다"고 했다. 죽도시장 회 상인 김순녀(60·여)씨는 "3, 4년 전만 해도 대구·서울 사람들이 와서 수입이 많았지만 요즘은 시장까지 찾아 오는 사람도 줄고, 있다 해도 본토 손님들 뿐이어서 매출이 형편없다"고 했다.
해수욕객은 늘었는데 어떻게 해서 돈은 덜 쓸까?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피서객 대비 전략이 없다=여름 바닷가는 낭만과 축제가 어우러져야 제 역할을 다 하는 곳이다. 이걸 아는 만큼 포항·경주·영덕·울진 등도 물론 축제를 열고 있다.
그러나 지난주 2박3일간 칠포에 머물다 간 박광민(30·대구 수성구)씨는 "그곳에는 바다와 백사장 말고는 아무 것도 없지 않느냐? 해수욕장이 있으니 너희들 끼리 놀다 가라는 식일 뿐 어디든 돈 쓸만한 거리를 만들어 둔 게 없잖느냐?"고 했다.박씨의 말이 아니더라도, 동해안 해수욕장 주변에는 몇개의 횟집과 구멍가게 수준의 가게·민박집·여관 말고는 피서객들의 호주머니를 열게 할만한 소비 시설이 없다.
물론 이유는 있을 터. 해운대 등 유명 바다 피서지를 두루 살폈다는 포항시청 관계자는 다른 이유를 찾아 내 있었다. 경북 동해안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해수욕장 규모가 작으며 △인근에 대도시가 없어 시장성이 부족해 이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적잖은 사람들은 동해안에 피서객 대비 전략이 없는 것이 상황을 더 나쁘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축제'가 있긴 하지만 효력이 없다는 점도 주장 중 하나. 거개가 피서객 노래자랑 대회를 열고 중간에 대중가수 노래 몇곡을 집어 넣는 것을 '하이라이트'로 꼽을 뿐 그 지역에서만 만날 수 있는 매력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
축제를 지켜봤다는 배영옥(44·여·포항)씨는 "어정쩡한 지역 축제가 몇몇 가수들만 득보이는 꼴"이라고 비아냥거렸다. 포항의 한 시민단체 박모(45)씨는 "특별하지 않으니 홍보가 안되고 외지인 유치 실패로 이어져 동네잔치에 그치게 되며, 귀중한 돈만 날리게 되는 셈"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곳은 어떻게 하나=작년 7월20일부터 8월10일까지 강릉 경포해수욕장의 내장객 총수는 220여만명이었다. 같은 기간 부산 해운대는 500만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했다. 공히 찾은 이의 70% 이상이 외지인이기도 했다. 같은 기간 포항 7개 지정 해수욕장 이용자는 합계 35만명 가량에 그쳤다.
이런 차이의 밑바닥에는 해운대·경포대 등의 특색있는 이용자 유치 전략이 깔려 있다. '여름바다 예술잔치'를 여는 강릉에서는 개장 20일 동안 매일 서로 다른 이벤트를 계속한다. 사물놀이·고전무용·현대무용·설치미술·음악제·우리굿 등등. 그곳 주문진 해수욕장에서는 맨손으로 오징어 잡기 대회가 열렸고, 서해안의 대명사인 머드 축제를 옮겨 열었으며, 백사장 축구대회 등도 돋보인 것으로 평가됐다.
부산에서는 올해 경우 바다축제 때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작가 김성종과 함께 하는 추리문학의 밤, 시와 음악을 곁들인 해양문학상 시상식, 바다무용제, 장애인 특별 축제 등 부산이 아니고는 만날 수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국적인 홍보를 펼쳤다.
◇무엇이 필요할까?=올해 첫 시도에서 호평 받은 포항의 '바다 연극제', 영덕 여름축제인 일출맞이 백사장 걷기, 해변 음악회, 모래 조각대회 등은 지역 한계의 극복력을 보여 준 일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호미곶 관광단지, 도구해수욕장 조개잡이, 포철 등 조건을 잘 조화시키는 프로그램만 내 놓는다면 동해안 해수욕장이라고 해운대·경포대에 뒤질 이유가 없음을 증명해 보였다는 것. 때문에 '환동해 시대 중심도시' '산·강·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절경'만 내세울 게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보다 지역 진흥 지향적인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따갑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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