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청결 의식
언제인가부터 대구를 찾은 외지인들이나 오랜만에 고향에 들른 출향인사들이 곧잘 하는 말이 있다. "대구의 거리가 참 깨끗해졌어요".
그런 칭찬에 대구사람들은 약간의 자부심과 함께 흐뭇한 표정을 짓곤한다.
아닌게 아니라 녹음이 우거진 가로수와 함께 몇몇 큰 거리들은 외국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만큼 깨끗해 보인다. 하지만 한발짝만 안으로 들어가면 그 자부심은 점차 부끄러움으로 변해갈 수밖에 없게 된다.
저녁무렵의 동성로. 낮에는 말끔했던 거리가 온갖 광고물쪽지와 행인들이 버린 쓰레기들로 누더기 길이 돼버린다. 주택가 골목에는 얌체족들이 몰래 내다버린 쓰레기들이 악취를 뿜어내고, 공원 등지에는 열대야를 피해나온 시민들이 몰래 버린 음식물쓰레기가 여기저기 썩어가고 있다.
먼지 하나 안 묻어날것처럼 깨끗한 일본의 거리. 애완견을 산책시킬때도 반드시 개의 배설물을 담을 비닐봉투와 집게를 가지고 다닐만큼 거리청결에 신경을 쏟는 그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대구 중구청이 거리 청소를 위해 쓰는 돈은 연간 25억여원. 환경미화원 80여명이 매일같이 24시간 근무한다해도 구석구석 손이 미치기는 어려운 일이다. 버리지않으면 치우지 않아도 될 일. 하지만 그만큼 버리기 때문에 쓰레기 치우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다.
영화관 등 대중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도 공중질서 사각지대의 한 곳. 대구 한일극장의 경우 매회 상영때마다 쌓인 쓰레기가 자그마치 하루 200ℓ들이대형 쓰레기봉투로 20개 분량.
이수관 총무부장은 "음식물 반입 금지 조치도 실효가 없다"며 "언제쯤이면 버리지 않는 시민의식이 정착될지…"라며 개탄한다.
경상감영공원의 안철수 관리소장도 "공원 산책로 대리석 바닥에 버려진 껌은 지워도 자국이 많이 남아 안타깝다"며 "대다수는 쓰레기를 제자리에 버리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사람이 많다"고 지적한다.
외국인들이 질색하는 한국인의 습성중 하나가 침이나 가래를 아무데서나 뱉는 것. 내과의 박찬원씨는 "무심코 뱉은 가래침은 결핵균 포도상구균 등세균덩어리"라면서 "공중질서의 실종이 무서운 질병을 전파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차장에서 자동차재털이 비우기, 공중화장실 변기에 용량이 넘는 쓰레기 버리기 등 고질적인 '얌체 시민'이 있는 한 '청결한 도시-대구'는 멀고먼 길이다.
대구교육청에선 학생들에게 공중질서 지키기 교육을 끊임없이 시킨다. 담당교사들이 연수교육을 받으면서까지 공을 들인다. 그러나 어른들의 쓰레기버리기가 계속되는 한 아이들에게 하는 교육도 공염불이 되고 만다. 대구를 청결한 도시로 만드는 데는 '버릴 곳에 버리는' 어른들의 행동이 선결과제이다. 대구를 깨끗한 도시로 만들려는 시민들의 실천이 최우선이다.
이형우기자 yud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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