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용(鄭芝溶)시인을 둘러싼 친일논쟁이 확산된 가운데 문제의 시 '이토'(異土)는 친일시로 볼 수 없다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됐다.
친일문학 연구자이자 문학평론가인 임헌영(중앙대 겸임교수)씨는 '문학사상' 8월호에 기고한 글 '정지용 친일론의 허와 실'에서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정지용의 시 '이토'('국민문학' 1942년 2월호)는 친일시로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임씨는 '이토'를 상세히 분석하면서 "이 시 하나로 정지용 시인을 친일파로 몰아 붙이는 논리는 총체적 시각이 결여된 오류"라며 "이는 전국민을 친일파로 몰아 친일논의 자체를 '물타기'하려는 일각의 음모"라고 풀이했다.
임씨에 따르면 남양군도 전장에서 숨진 청년 전사를 소재로 한 것으로 보이는 '이토 '는 중간 부분 '충성과 피'란 구절이 다분히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로 천황제 이데올로기가 아닌 전사 유족의 생존문제로 시선을 돌렸다는 것.
또 '이토'라는 어색한 말을 굳이 쓴 것도 '남의 나라'에 가서 죽은 사실을 이질화하려는 시인의 뜻이 스며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지명이 없는 땅을 지목함은 당시 조선인의 처량한 운명을 상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당시 명망있는 문인으로서 그런 종류의 시를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소극적인 자세로 일종의 '비틀기 어법'을 동원해 쓴 시라는 설명이다.
시인의 고향인 충북 옥천 일대에서 최근 수개월간 펼쳐지다 논쟁의 무대가 중앙으로 확대된 '정지용 친일논쟁'의 발단은 옥천 지역에서의 '안티조선운동' 때문이었다.
지난해 8월 옥천의 안티조선모임 활동으로 큰 타격을 입은 최모 조선일보 옥천지국장이 던진 한마디가 논쟁을촉발했다. 최씨는 지난 3월 한 인터넷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친일한 것이 조선일보 뿐이냐. 동아일보도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안할 수 없었다. 그렇게 보자면, 이 지역 대표적 인물인 정지용도 친일파였다"며 정지용 시인을 거론했던 것.
그후 옥천 출신 인사들이 정지용 시인의 친일여부에 대한 견해를 잇따라 발표하면서 문제가 학계로 확대됐다. 문학평론가 김성장(42.옥천상고 교사)씨도 "'이토'는 이광수 .서정주 등의 노골적인 친일성향의 시들과 비교해 볼 때 친일시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문제가 확대되자 최씨도 이달초 "단정적으로 정 시인이 친일파라고 말한 적은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이토' 전문
낳아자란 곳 어디거나/ 묻힐데를 밀어나가쟈// 꿈에서처럼 그립다하랴/ 따로짖힌 고양이 미신이리// 제비도 설산을 넘고/ 적도직하에 병선이 이랑을 갈제// 피였다 꽃처럼 지고보면/ 물에도 무덤은 선다// 탄환 찔리고 화약 싸아한/ 충성과 피로 아진 흙에// 싸흠은 이겨야만 법이요/ 시를 뿌림은 오랜 믿음이라// 기러기 한형제 높이줄을 마추고/ 햇살에 일곱식구 호미날을 세우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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