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고교 선택제, 부작용이 더 걱정이다

내년부터 30개 자립형 사립고가 시범 운영되는 '고교 선택제'가 도입되면 28년간 유지돼온 고교 평준화 정책이 부분적으로 해제되고, 교육 기회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을 부르면서 과열 입시를 부추기게 되지 않을지 우려된다.

그동안 고교 평준화 정책으로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제한되고, 학력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 왔다. 능력과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판박이 교육으로 개성과 창의력이 존중되는 시대에 적응할 인재를 키워낼 수도 없었다. 이 때문에 부작용들을 보완하는 정책이 요구되기도 했다.

그러나 '고교 선택제'가 과연 평준화 정책의 부작용을 보완하며 위기에 빠진 공교육을 정상화하는 대안이 될 수 있을는지는 의문이다. 우리 교육의 거의모든 문제가 대학 입시와 직결돼 있고, 명문대 진학이 지상과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학 입시가 엄존하는 한 일반 학교에 비해 등록금이 3배나 비싼자립형 사립고에 입학한 학생이나 그 학부모들이 명문대를 쳐다보지 않을 리 만무하다.

자율성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립형 사립고들은 결국 입시 위주의 교육만 하는 학원 같은 학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새로운 입시 명문학교,귀족 학교로 변질돼 부모의 경쟁력에 따라 학교 선택권을 제약하고, 고등학교를 서열화하며, 중학교 역시 과외 바람이 거세질 것도 뻔한 일이다. 또한 시장논리에 교육을 맡기게 됨으로써 공교육의 붕괴를 더욱 가속화하고, 계층간의 위화감 조성에 그치지 않고 더 큰 교육 황폐화를 낳게 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

고교 평준화 정책은 평등한 교육 기회 보장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중등교육의 근간이 돼 왔다. 평준화 정책에 발전적인 변화를 주려면 자립형사립고와 같은 실험적 제도의 도입으로 극복되기를 바라기는 어렵다. 우선 그 숫자를 줄이는 등 신중을 기하고 기존의 특목고를 활성화하는 방향에서 평준화정책을 보완하는 길이 다각적으로 모색돼야만 할 것이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