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서 영어영문학 공부를 한 지 1년 남짓한 학생이 서점가를 휩쓸고 있는 베스트셀러 영어학습서를 펴냈다. 주인공은 영남대 영어영문학과 김명기(32)씨.
연 2주째 종로서적 집계 외국어부문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한 '그래, 아직도 영어 공부한다. 왜!'의 저자다. 다소 도전적인 제목답게 기존에 문법·해석·어휘에만 매달리던 암기 위주의 영어 공부법을 과감히 던져버리라고 요구한다. 김씨가 제시한 학습법은 한국어의 간섭을 배제한 '이미지 메이킹'. 즉, 영어를 대할 때 우리말로 먼저 옮겨 생각하는 버릇에서 벗어나 상황 그 자체로서 이해하고 말하는 습관을 기르라는 것.
"어린 아이들이 그림책을 보며 글을 배우는 원리입니다. 지금까지 잘못된 고정 관념 탓에 외국어를 배우는데 엄청난 시행착오를 겪고, 수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해 왔습니다. 이번에 책을 쓴 가장 큰 동기는 어른들도 제2모국어로서 영어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바다 건너라고는 제주도도 한 번 가보지 못한 순수 국내파인 김씨는 99년 영남대에 편입학했다. 강릉 관동대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지만 영어를 공부하고 싶어 중도 하차한 뒤 미국 유학을 준비했다. 그러나 유학은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대사관 앞에서 비자를 받기 위해 텐트치고 노숙하는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기에 과감히 포기했다.
"그 때 유학갔더라면 이번에 책을 쓰지 못했겠죠. 책을 집필하는 기간은 두달 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평소 생각하던 것을 옮겨 적었기 때문이죠. 제가 쓴 책은 영어 학습서는 아닙니다. 올바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지침서입니다".
훗날 한국을 빛낸 50인의 이름에 당당히 오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히는 김씨. 특허출원 중인 이미지 메이킹 뇌자극 학습법을 활용한 인터넷 학습사이트와 전자문장 사전도 펴낼 생각이다. 또 영어 학습서도 한 권쯤 발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집필에 몰두하기 위해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 중인 김씨는 다큐멘터리 '동강은 흐른다', '낙선' 등의 주제음악을 연주하기도 했던 팬플루트계의 숨은 실력자이기도 하다.
집필 과정을 꼼꼼히 지도했던 이승렬(영남대 영어영문학과) 교수는 "해외에서 공부한 경험이 없는 저자가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원어민들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보여준 점은 놀랍다"고 평했다.
김수용기자 ks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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