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의 황후인 명성황후(明成皇后)만큼 우리나라 근대사에서 여성으로서 나라의 운명에 간여하고 외세의 침탈과 관련해 중심 인물로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된 예는 보기 드물다. 그녀는 1895년 8월 일본 공사 미우라(三浦吾樓)가 일본 군대와 낭인(浪人)들을 동원해 왕궁을 습격, 건청궁(乾淸宮)에서 난자당해 무참하게 시해됐다. 일본은 조선 조정의 친러 경향이 굳어지자 일본의 한반도 침략정책에 정면 대결하는 그녀와 척족 등 반대 세력을 몰아내고자 을미사변의 만행을 저지르고 친일 정권을 세운 것. 이때 명성황후는 나이 45세로 시체가 불살라지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
▲명성황후의 죽음은 최근 일본 우익세력이 왜곡된 역사교과서의 채택에 광분하고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2차대전의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하려는 시점과 맞물려 다시금 우리에게 일본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던진다. 최근 명성황후에 대한 재조명이 뮤지컬, 드라마 등을 통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은 침략만행에 대해 뉘우침이 없는 오늘의 일본 분위기 등 시대 상황과 관련해 주목할만 하다.
▲"백성들아 일어나라 일어나라… 한발 나아가면 빛나는 자주와 독립 한발 물러서면 예속과 핍박, 용기와 지혜로 힘모아 망국의 수치 목숨걸고 맞서야 하리". 뮤지컬 '명성황후' 맺음막에서 뮤지컬의 여왕 이태원이 부른 아리아 '백성이여 일어나라'는 혼백으로 나타난 명성황후의 노래로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 등 주변 열강들이 그때나 다름없이 한반도를 압박하고 있는 현재의 정세와 연관해 우리에게 시시하는 바가 많다.
▲김준희 전 건국대 교수가 명성황후의 얼굴 사진을 10일 공개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사진은 1889년 프랑스 언론인 빌탈 드 라게리가 펴낸 저서 '한국, 독립이냐 러시아 또는 일본의 손에 넘어갈 것이냐'에 들어 있는 '사진을 토대로 그린 삽화'로 지금까지 나온 명성황후 사진 가운데 가장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것. 김 전 교수는 이 책에서 명성황후와 나란히 실린 고종과 대원군, 순종의 사진(삽화)이 실제 얼굴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을 명성황후의 사진이 맞다는 결정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지금까지 명성황후의 사진은 97년에 이탈리아 외교관 카를로 로제티의 저서'한국 한국인'에 실린 '궁정 여인'사진이 황후의 사진이냐 아니냐는 논란 등이 있었으나 진위 여부가 명확하게 확인된 적은 없었다. "조선의 쇠망기에 특별한 능력을 발휘했다" "대원군과 대결을 벌여 국가의 혼란을 자초했다"는 상반된 이야기가 있지만 차제에 역사상 가장 왜곡된 인물 중의 한 사람인 명성황후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함께 국모인 명성황후의 진짜 얼굴도 가려지기를 기대해본다.
(신도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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