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악기'와 '성무애락론'

한 때, 우리는 정부에서 부르도록 강요한 노래를 목이 아프도록 부른 적이 있었다. 월남 파병의 노래와 새마을 노래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태극기를 흔들고파병군인들을 환송하면서 가족들의 눈물 흘리는 장면을 지켜보아야 했고, 새벽부터 동사무소 스피커에서는 새마을 노래가 울려 퍼지면서 잘 살아보자는 의욕도가졌다. 이 무렵 예비군이 창설되면서 한 손에는 총, 한 손에는 망치를 들고 싸우자는 예비군가도 생겨났다.

자율과 타율이 공존한 인류역사에서 음악의 역할은 지대하였다. 약 2000년 전 중국인의 음악문화를 지배하던 고대 중국의 음악사상은 일반적으로 크게유가와 도가의 음악사상으로 나뉘어진다. 그 내용은 '예기''악기'편과 혜강의 '성무애락론'에 잘 나타나 있다.

'악기'의 악론 사상은 기본적으로 인간화되고 제도화된 인위적인 음을 기초로 하여 윤리.도덕의식을 순화하고 고양시켜 그들을정치.사회적으로 '이풍역속'하게 할 수 있다는 '명교적 효용성'의 수단으로서만 음악예술을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음악의 내용을도덕적 선으로 획일화하고, 음악예술의 가치를 정치.사회적 교회라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타율적 음악론이다.

반면 '성무애락론'은 음악의 존재 근거를 음기와 양기의 융합에 의한 우주 대자연의 산물로 보고 그 본질을 '자연의 조화'로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음악형식미를 존중하면서 조화로움이 주는 심미적 쾌감과 미감의 가치를 자각하고 음을 그 자체로 이해하고 음악을 독립적인 예술로 간주하는 자율적 음악론이라 할 수 있다. 정치.사회적으로 혼탁했던 시절, 공자의 음악 예술사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고대의 그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공연작품을 심의하는 제도, 공연예술에 대한 이분법적 잣대, 특히예악사상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국악 등.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자율적 음악사상이 필요한 때이다.

대구시립국악단 지휘자.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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