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과학자가 풀어본 한국인의 정체성

"지금 여기서 사는 제가 왜 과거의 일을 알아야 하는 건가요?"

세넥스의 대답은 짧고 분명했다.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는 사람이 어디로 가야 할 지 알 리가 없지"(막스 크루제의 '슈테판의 시간여행'중)동서양을 넘나드는 풍부한 소재와 근거를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재조명한 '과학이 있는 우리문화유산'은 고려대 건축과.프랑스 뻬삐냥 대학에서 열역학 및유체이동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저자 이종호씨가 현대의 과학적, 합리적 접근법으로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검증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프랑스 '파리 백작'의 족보와 조선의 '안동 권씨'족보는 어떻게 다를까? 광주 이씨의 묏자리로 옮길만큼 조선의 사활이 걸려 있었던 세종의 묘와이집트 미라가 묻힌 땅의 성질이 비슷하다는데 거기에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저자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지만 합리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그 가치가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던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과학자의 입장에서 분명한 자기철학으로 풀었다.

족보와 관련, 저자는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는 작가의 7대조 할아버지가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와 갖은 박해를 견디며 살아온 모습을 10여년에 걸친 현지답사를 통해 사실적으로 기록한 것"이라며 "이 소설이 한국을 강타했을 때 사람들은 헤일리가 한국에 살았더라면 7대조 할아버지의 기록을 간단히 찾아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 했다"며 우리족보의 우월성을 내세운다."오늘날 세계의 많은 인류학자들이 한국의 족보를 연구한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정작 족보의 국가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족보의 가치를 제대로 모르고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풍수지리에 대해서는 "한 실험에서 명당의 혈처지점과 보통의 땅에 달걀을 묻어놓고 76일만에 꺼내보니 혈처에 묻은 달걀은 전혀 부패하지 않은채 처음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농업과학기술원에 두 땅의 흙을 의뢰, 분석했더니 일반 흙의 PH는 4.88로 산성이고 명당 흙은 6.90으로 중성토양을 보였다"고밝힌다. 그러면서 세종의 묘는 원래 아버지 태종의 곁이었지만 그의 사후 환란이 끊이지 않자 천하의 명당이라는 광주 이씨 이인손의 묏자리에 모시게 된 것이라고 흥미진진한 예를 든다.

또 노래라고도 했을 법한 판소리를 굳이 '소리'라고 한 이유와 민화, 토종개, 동의보감, 대동여지도 등에서도 합리적, 과학적 시각을 제공한다.

저자는 "우리 시각이 무조건 좋다는 생각은 편협된 것이지만 우리 곁에 너무나 가까이 있어 무의식적으로 지나치던 것들이라도 그것들이 갖고 있는 진정한 의미를 음미하게 되면 그것이 바로 우리의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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