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마별 접근-고위험 임신

영화 '무기여 잘 있거라'의 마지막 부분. 여주인공 '제니퍼 존스'는 전쟁을 피해 스위스로 망명한다. 그녀는 간호사였지만 어느 시골 병원에서 아기를 낳고 산후출혈로 죽고 만다. 임신과 출산이란 그 자체가 위험한 일이다. 의술이 발달한 요즘에도 멀쩡하게 제발로 걸어 들어 간 산모가 출산후 갖가지 합병증으로 목숨을 잃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모든 임신이 위험하지만 의학적으로 특히 임신결과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를 '고위험 임신'이라 한다. 예컨대 35세를 넘어 임신을 하거나, 당뇨병 심장병 간염 등의 지병이 있거나, 기형 유발물질이나 약물에 노출된 경력이 있으면 고위험임신으로 보아야 한다. 또 과거 임신시 기형아 출산 또는 조산, 태아사망 등의 경험이 있는 사람도 특별히 조심해야 한다.

◆임신초기

임신 첫 12주간을 임신초기라고 한다. 임신부의 사회경제적 환경이 불량하거나, 흡연이나 음주를 하면 위험하고 특히 마약복용은 태아에 치명적이다.

불임경력이 있거나 시험관 아기 임신을 하였을 때도 위험하다. 임신만 하면 유산이 되는 반복유산은 그 원인에 따라 치료를 해야 한다. 원인 불명의 반복 유산에는 최근 저용량 아스피린을 사용하여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과거 시행한 소파수술로 인한 자궁유착증이 있으면 다시 자궁내부를 정리하고 루프나 풍선장치를 하여 치료한 다음 임신해야 한다. 자궁근종이 있으면 자궁경으로 수술하기도 한다.

수태조절에 실패하여 연년생으로 임신하거나, 너무 터울이 길어도 위험할 수 있다.

◆임신중기

임신 13주에서 24주 사이에는 조산, 조기파수, 다태임신, 양수과다, 양수과소증, 자궁경관 무력증 등을 조심해야 한다. 의술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대다수의 조산은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예방과 치료가 잘 되지 않는다.

500g 전후의 아기가 태어나면 대부분 장애아로 성장하기 때문에 가족이 져야 할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특히 시험관아기 시술 영향으로 다태아 임신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삼태아 이상 임신이 빈발하고 있다.

10대 임신에서는 조산이 흔하다. 원하지 않은 임신을 한 이 시기에는 빈혈 고혈압 등이 잘 동반되고 산모와 태아간 영양 섭취경쟁이 일어나 산모와 태아 모두 영양실조가 오기 쉽다. 흡연 음주 약물복용의 기회가 많은 것도 위험한 요소다.

자궁경관 무력증은 아기를 담고 있는 집 입구가 헐거워져 임신 16주 전후 별다른 진통없이 아기가 바깥으로 밀려 나오는 현상이다. 선천적으로 자궁이 약해서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개 과거 임신중절시 받은 상처가 깊어 자궁문이 손상을 받아 무력하게 된 경우가 많다. 자궁이 약하다고 약물치료만 하는 것은 좋지 않고, 초음파 진단으로 경관 길이가 3.5㎝이하이거나 경관이 열리기 시작하면 수술적 봉합이 필요하다.

◆임신말기

임신성 고혈압, 요로감염, 양수과다증, 양수과소증, 임신성 당뇨, 태반이상에 의한 출혈, 태아의 궁둥이나 발이 앞서는 둔위, 심장병 신장질환 등 산모의 질환이 문제가 된다.

이 시기에 가장 위험한 것은 임신 중독으로 불리는 임신성 고혈압이다. 원인도 모르고 치료법도 대증요법만 있을 뿐이다. 혈압이 140/90㎜Hg이상이고, 단백뇨와 부종을 동반하는 단계를 거친다. 뇌혈류가 감소하고 뇌에 산소공급이 부족하게 되면 의식을 잃고 경련을 일으키기도 한다. 뇌출혈이 있으면 사망 위험이 높다. 태반의 혈류도 감소하여 태아 건강도 위험해 진다. 임신 말기 얼굴이 많이 붓고 심한 두통과 시력이상이 나타나면 주의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임신성 당뇨도 최근 증가하고 있다. 임신성 당뇨가 생기면 식사조절, 인슐린 주사 등으로 적절한 혈당을 유지해야 한다. 합병증으로 태아비만, 태아기형 등이 나타나며 심하면 태아가 사망할 수 있다. 분만 시기는 혈당조절과 합병증 예방에 달려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만기 임신쪽으로 유지하지만, 대개 38주 전후 분만을 권한다. 분만시 태아 어깨가 산도에 걸려 난산을 하기 쉽기 때문이다.

글·이종균기자 healthcare@imaeil.com

도움말·윤성도교수(계명대 동산병원 산부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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