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바이러스가 갈수록 맹위를 떨치면서 컴퓨터망 보안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달 e메일을 통해 '하이, 하우 아 유(Hi, how are you)'로 시작되는 서캠(Sircam) 바이러스가 출몰한데 이어 최근에는 '코드 레드 웜' 바이러스와 변종 바이러스들이 창궐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들은 컴퓨터 파일 등 부분적 손상을 입히던 예전 바이러스들과 달리 바이러스가 스스로 성장·복제·변신의 과정을 거쳐 컴퓨터망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마치 고성능 폭탄처럼 사이버망을 파괴하는 것이다. 이는 국가안보에도 중대한 위협으로 작용, 세계 각국은 '사이버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러스 피해=지난달 20일 국내에서 '코드 레드 웜' 바이러스가 처음 발견된 이후 16일 현재 한국정보보호진흥원에 9천619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 국내 보급된 윈도 NT/2000 서버 45만여대 가운데 13% 가량이 이 '코드 레드 웜'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은 지난 9일 '코드 레드Ⅱ' 바이러스에 180개 컴퓨터 시스템과 200개 이상의 서버가 감염됐다. '코드 레드 웜' 바이러스는 전세계적으로 9시간만에 컴퓨터단말기 25만대 이상을 감염시키고 15만여개의 웹사이트를 공격하는 가공할 위력을 선보였다.
전세계적으로 수십만건의 피해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진 서캠 바이러스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의 국가인프라보호센터에 침투, 일부 문서들을 유출시켰다. 또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기밀문서 역시 이 바이러스를 통해 빠져나갔다.
△사이버 전쟁=컴퓨터 바이러스가 미래 전쟁의 주요 무기로 등장할 전망이다. 컴퓨터 바이러스를 적국의 군사용 컴퓨터망과 통신망, 금융전산망 등에 깊숙이 침투시켜 정보망을 교란시키거나 오작동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미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이라크, 북한 등 세계 20여개국이 국가안보 차원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 사이버 전력 증강을 꾀하고 있다. 이 중 미국, 이스라엘 등은 방어적 개념에서 벗어나 상대방 시스템을 파괴할 수 있는 바이러스나 '논리폭탄'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이버 테러에 대비한 군사용 컴퓨터와 위성통신망 방어에 치중해온 미국은 지난해 가을부터 공격용 컴퓨터 무기를 구축중인 사실이 공개됐다. 지난해 16억 달러의 예산을 컴퓨터망 방어에 쏟아부었으며 부시 행정부는 국방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군사전산망 보호에 두고 있다. 특히 중국이 사이버 전력을 증강하는 점을 중시, 크게 경계하고 있다. 중국은 상대방의 정보시스템을 무력화하기 위한 특수부대(네트 포스)를 양성중이고 일본은 육해공 자위대가 통합 운영하는 '사이버 부대'를 창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의 대비=정부는 최근 '코드 레드 웜' 바이러스 피해가 계속됨에 따라 공공·민간기관의 정보시스템 관리자를 대상으로 정보보호 교육 및 바이러스 예·경보용 PC 소프트웨어 개발·보급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사이버테러 대책을 긴급 마련했다.
그러나 우리 공공기관의 정보보호 체계는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 공공. 민간기관의 해킹 사고는 5천500건으로 지난해 1천900건에 비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사이버 전쟁에서 다른 나라 해커들이 국내기관 사이트를 경유지로 이용할 정도 보안이 허술하다. 따라서 국내 정보망의 보안체계 구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김지석기자 jise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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