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어느 처마 낮은 대폿집에 들고 싶다.따순, 분통같은 방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지분냄새 자욱하여 불콰히 취기가 오른다면

육자배기로, 흘러간 유행가로 질펀 흘러갔으면 좋겠다.

젓가락 장단으로 아, 뚝뚝 꺾어낸 억수장대비의 북채로

동백 동백 같은, 늙은 작부의 상처 또한 붉게 씹으리.

다시 한 사발, 여자의 과거사를 가득 부어 마시면

지리산, 악산 산 거칠수록 더 여러 굽이 굽이굽이 풀려서

그러나 물이 불어 시퍼렇게 자꾸 깊어가는 섬진강.

저 긴 긴 목울대 치받치며 끄윽 끅 꺾이며 흘러가는 거

보라, 逆鱗 떨며 떨리며 대숲은 섧고

또 섧다 난분분난분분 매화 뿌린다.

-문인수 '매화'

시인은 어느 봄날 매화가 난분분하게 휘날리는 섬진강 어귀에 서 있다. 난만한 매화가 아름답다고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美感은 봄날의 매화와는 어처구니없게도 싸구려 분냄새가 자욱한 처마 낮은 대폿집으로 달려간다.

늙은 작부의 상처처럼, 강도 산이 거친 악산일수록 더 여러 굽이 풀리고 푸르게 깊어진다는 믿음에 도달한다. 이 믿음에서는 逆鱗(역린-왕의 노여움)조차 거스를 수 있는 시인의 꼿꼿한 결기가 느껴진다. 물론 그 결기 뒤에는 누추한 인생에 대한 깊은 옹호가 있다.

김용락 〈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삼성전자와 SK 등 주요 기업들이 영남권에 대한 312조원의 투자 계획 중 107조원을 올해 집행할 예정이며,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 속도감을...
스위스 명품 시계 제조사 오데마 피게가 8월 31일까지 부산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에서 무료 체험형 전시 '시간을 빚다: 르 브라쉬에서 부산...
대구 군위군이 조성 중인 180홀 규모의 파크골프장 1단계 사업이 다음달 준공을 앞두고 있으며, 김진열 군위군수는 시설 점검을 통해 이용자의...
제13호 태풍 돌핀이 9일 중국 저장성 위환 인근 해안에 상륙하면서 상하이의 두 공항에서 약 1384편의 항공편이 취소되었고, 저장성 원저우..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