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경기불황 여파로 소득이 준 서민들이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면서 재래시장과 동네 구멍가게는 매출이 뚝 떨어져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직후나 마찬가지로 서민경기가 위축되고 있다. 또 초저금리 시대에 접어들면서 저축에 희망을 뒀던 서민들은 허탈감에 빠져 있다.
반면 부유층의 씀씀이는 갈수록 커져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
대구지역 섬유 및 자동차부품산업, 건설.부동산 경기가 불황의 늪에서 벗어날 줄 모르면서 서민경기의 체감지표인 재래시장에는 찬바람이 일고 있다.
대구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서문시장과 칠성시장에는 계절변화를 앞둔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고객이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포항.영천.구미.안동 등 경북지역 중.소 도시에서 찾아오는 소매상인들의 발길이 뜸한 가운데 사가는 물량도 크게 감소했다.
서문시장 동산상가내 한 아동복점 주인 장모(39.여)씨는 "예년보다 매출이 20~30%가량 줄어들었다"면서 대부분 업종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칠성시장에서 11년간 신발가게를 하고 있는 이모(54)씨는 "요즘 아예 문을 닫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워낙 장사가 안되다 보니 가게세를 제대로 받지 못할까 싶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서구 비산동의 한 식당은 건설인부 등 일용직을 상대로 아침일찍부터 저녁늦게까지 밥과 라면 등 음식을 팔았으나 지난달부터 손님이 줄어 이달 폐업했으며, 남구 봉덕동의 한 빵집도 매출부진에 의한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등 서민 상대로 장사를 하는 업종은 전반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부유층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백화점에선 불황을 느낄 수 없다. 지난달 여름 바겐세일 때 대구백화점 해외명품의 매출신장률은 지난해 대비 14%(듀퐁)~66%(페레가모)를 기록했다. 동아백화점에서도 샤넬.버버리.팬디 등 해외브랜드의 매출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가전품에서도 소비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대구백화점에서는 출시된 지 얼마 안되는 40인치(판매가 690만원) PDP TV가 여러대 팔렸는가 하면 150만원을 호가하는 대형 냉장고 판매량도 꾸준하게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서민들은 중고품으로 눈을 돌리고 있고 있다. 여름 동안 수성구 지산동 한 재활용센터에서는 에어컨, 선풍기 등 냉방용품을 지난해보다 30~40%가량 더 팔았다.
자동차 판매에서도 고급차종 위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격이 3천610만~7천950만원인 국산 최고급 승용차 현대 에쿠스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대구에서 412대가 팔렸고 대당 가격이 2천694만~3천294만원인 다이너스티는 116대 팔려 나갔다.
외제차량 등록대수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지난달까지 대구시에 등록된 외차량은 1천788대에 이르고 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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