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당무를 거부하면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던 민주당 김중권 대표가 28일 당무에 복귀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날 당4역회의를 주재하면서도 굳은 표정을 풀지 않았다.
김 대표는 뭔가 작심한 듯 구로을 재선거 문제를 꺼냈다. 박상규 사무총장 보고 후 김 대표는 "어제 공천심사위가 구성됐다면서요"라면서 "사법부가 부정선거를 이유로 재선거 결정을 내린 만큼 공명선거를 위해 후보선출은 객관적인 자료와 구로을 주민들의 요구를 살펴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이는 전날 자신의 당무거부가 구로을 재선거 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비친 것이다. 또한 공천과정에서 청와대의 '외풍'을 철저히 차단하라는 지시로도 받아들여졌다. 당에서 자신이 구로을에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만큼 청와대 등의 입김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결국 자신의 당무복귀로 청와대와의 앙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비쳤다. 김 대표의 전날 당무거부는 만만찮은 파장을 불러왔다. 표면적으로는 구로을 재선거 공천을 둘러싼 당·청와대간의 마찰이 원인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당 우위를 주장해온 김 대표와 청와대 등 견제세력간의 권력투쟁에서 촉발됐다.
김 대표는 지난 26일 이해찬 정책위의장, 전용학 대변인, 이호웅 대표비서실장 등과의 저녁자리에서 청와대 수석들을 강력히 비난하면서 지난 3월 개각때 자신에게 인선내용을 일절 알리지 않았던데 대해서도 강하게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당무복귀와 함께 청와대에 대한 김 대표의 공세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당정개편론을 밀어부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미 지난 24일주례보고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건의했기 때문에 이번 구로을 공천과정을 통해 확실한 '당 우위'를 입증할 태세다.
또한 취약한 당내 기반은 소장파들의 지원으로 만회할 생각이다. 주례보고에서 소장파들이 요구한 국정쇄신을 주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소장파 일부 의원들도 "(재선과 관련해)문제의 발언을 한 일부 수석비서관에 대한 책임추궁을 해야 한다"며 거들었다. 하지만 다수는 아직 관망중이다. 정풍을 요구했던 소장파들이 김 대표 쪽에 무게를 실어줄 경우 당은 제2의 정풍파문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그러나 청와대와 김 대표 견제세력의 반발도 만만찮을 것으로 보여 김 대표가 쉽게 경쟁세력들을 제압할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상곤기자 lees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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