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중국.일본.타이완.베트남 등 한자문화권에 일고 있는 한국 대중문화 열풍인 '한류(韓流)'가 날로 드세지고 있다고 한다. 1997년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가 중국 CCTV에 방영되고 '별은 내 가슴에' '애인' 등이 대만 베트남 등의 전파까지 타게 되자 이 붐이 일기 시작했다. 여기에 H.O.T, 클론 등 인기 댄스그룹의 공연이 젊은이들을 폭발적으로 열광시키고, 안재욱 장동건 차인표 김희선 이영애 등 탤런트들의 인기가 치솟으면서 동남아를 뜨겁게 달구게 된 셈이다.
▲더욱 반가운 현상은 '한류'의 기세가 문화상품 뿐 아니라 일반 제품의 판매에 이어지고, 관광자원화로도 발전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영화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 '친구'에 이어 김치.불고기 등 음식문화에까지 '간코크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으며, 타이완 팬클럽을 비롯한 관광단들이 좋아하는 연예인들을 만나거나 촬영현장을 찾아보기 위한 발길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모양이다.
▲문화관광부가 최근 이 열기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에 '한류 메카'를 조성하고, 중국 베이징 등엔 '한류 체험관'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상은 너무 즉흥적이고, 외형에만 치우친 감이 없지 않다. 우리의 이미지를 새롭게 해 무형의 국가 자산이 될 수 있는 '한류'의 지원을 놓고 체계적이며 치밀한 전략 없이 흥분하다가는 되레 부작용을 부를 수 있으며, 대중문화 등 특정분야에서 그 대상을 넓힐 필요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한류'는 음식.패션 등 생활문화 영역으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의 기업과 상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 판매 증대로 연결되게도 하려면 장기적이고 체계화된 전략이 필수적이다. 이 현상을 일회성이나 거품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뿌리가 무엇인지를 헤아리고, 현지 사정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따라야만 한다. 졸속하고 조잡한 콘텐츠로 덤비다가는 되레 실망감과 부정적 이미지를 키울 수도 있지 않겠는가.
▲대중문화는 정신적 활동의 산물로 정서적 공감대를 쉽게 넓힐 수 있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세계 속으로 도약하고 있는 우리 문화의 근저에는 우리 고유의 정서가 자리잡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하지만 느낌이 같고 취향이 비슷하다면 선호도를 더욱 넓혀나갈 여지도 클 것이다. '한류'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상대국에 대한 이해와 상호교류 측면도 세심하게 고려하고,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찾는 데 지원의 초점이 맞춰져야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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