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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백 양분법으로 삶의 진리 얻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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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사람이라도 좋으니 저를 창조적 상상력을 지닌 인간을 길러낸 교수로 기억한다면 만족하겠습니다".

7일 오후 3시 이화여대 국제교육관 대회의장.

학생과 교수, 문화계 인사 등 600여명이 회의장 밖까지 몰려 든 가운데 30여년간 잡았던 교편을 놓는 이대 이어령 석좌교수(68.국문학)의 고별강연이 열렸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회색은 기회주의자를 상징하는 빛이지만 시(詩)의 세계에서는 흑도 백도 아닌 '그레이 존'(회색지대.gray zone)이야 말로 새로운 의미를 창조하고 삶의 체험을 깊게하는 이상향"이라는 주장으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 교수는 "해방 후 좌우익 이데올로기의 결사적 갈등, 전쟁과 독재 정치에 대한 민주화 투쟁 등은 우리에게는 생명이 걸린 문제였지만 그로 인해 상상력과 지식이 만들어내는 '그레이 존'이 폭격을 당해 황폐해지고 말았다"며 우리 문화의 척박함의 원인을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문학의 이론 구조 전체를 좌우 이데올로기나 참여 순수의 흑백논리로 황무지를 만들어 놓은 대학가의 문과 교실을 '그레이존'으로 만들기 위해 여러가지 전력과 이론으로 무장하면서 30년 이상을 지내왔다"면서 "고정관념과 양분법의 사회풍토에서 '그레이 존'의 세계를 가르치면서 '왕따'와 같은 외로움을 느꼈지만 묵묵히 한자리에 서 있었다"고 30여년간의 교수 생활을 회고했다.

이날 고별강연의 주제는 '헴로크를 마신 뒤에 우리는 무엇을 말해야하나 - 정보.지식.지혜'.

'헴로크'는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감옥에서 마시고 죽었던 독초의 이름이다.

고별강연에 참석한 제자와 문화계 인사들은 마치 죽기전 마지막으로 제자들에게 지혜를 가르치는 소크라테스처럼 열정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친 이 교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지난 1956년 '문학예술'지에 '카타르시스 문학론'을 기고하며 22살의 나이로 문학평론가로 등단한 이 교수는 20대에 신문사 논설위원을 역임하며 명성을 날렸다.67년 이화여대 교수가 된 그는 '한국과 한국인','축소지향의 일본인' 등 숱한 저작을 발표했고 초대 문화부장관과 새천년준비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다양한 문화산업을 주도했다.

이 교수는 "이제부터 젊은 세대들을 위한 고전 해석서를 집필할 것"이라고 은퇴후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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