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3金 부활은 안된다

김종필(JP)씨가 자민련 총재로 복귀했다. 김 총재는 9일 대구서 열린 자민련 전당대회장에서 "바람 앞에 등불같은 조국의 운명을 건지려는 사명감에서 다시 들고 일어났다"고 자신의 정치 일선 복귀를 설명했다. 이는 DJP 공조파기후 홀로서기에 나선 JP의 재기선언이자 "가능하면 내년도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출마선언이기도 하다는 추측마저 불러일으킨다.

우리는 JP의 이처럼 지칠줄 모르는 정치적 집념에 우선 경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착잡한 심경을 금할 수 없다. 실례의 말일는지 모르지만 JP라면 '때 묻은 정치인'이란 이미지가 국민 모두에게 강하다. 40년 가까운 세월동안 우리 정치의 핵심을 두루 거치면서 남다른 경륜을 쌓기도 했지만 그는 위기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팔아 고비를 넘기고 필요할 때면 외면하는 기회주의적 정치행보로 일관했다. 물과 기름격으로 박 전 대통령의 이미지와는 어울리지 않는 DJ와의 공조를 서슴지 않더니 판이 깨지자 '안보가 걱정…'이라며 보수 진영의 기수노릇을 자임하고 나선다.

이런 터수에 "자민련의 뿌리는 대구에 있다"느니 "대선에서 충청도가 역할을 할 것"이라느니 하면서 지역감정을 자극함으로써 3김정치의 구태를 그대로 빼닮고 있으니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로서는 식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낡은 정치9단식 수법에 신물이 난다. 정치권이 지금처럼 흔들릴때 소위 정치 고수(高手)들이 격조 높은 충고는 못해줄 망정 틈새를 노리고 이합집산의 술수로 다시 정치적 욕망을 달성하려 한다는 것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어떤 의미에서 JP는 현역정치인이니까 못다 이룬 대통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어느 일면 그럴수도 있다고 이해는 간다. 그렇지만 정치 은퇴를 한 전직대통령인 YS가 JP와 회동하고 밀담을 주고 받는 장면에 대해서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IMF를 초래한 책임의 상당부분이 'YS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사람이 '나의 정치적 목표는 DJ'라는 식으로 현실 정치에 집착하는 모습은 우선 보기에도 좋지 않을 뿐더러 현실 정치에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

물론 JP와 YS가 안보를 걱정하고 김대중 대통령의 오기 정치를 비판하는 것도 무익하지 않을 것이다. DJ의 국정운영이 표류하고 대안과 포용력이 부족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또한 정국 관리에 허점을 보이고 있는 만큼 "내가 나서지 않으면 나라가 결딴 난다"고 생각할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흘러간 물이 물레방아를 다시 돌릴 수 있을 것인가. 그보다는 국정의 막힌 부분을 충고하고 후진정치인을 격려하고 북돋워 정치를 열어나가는 것이 정치원로다운 처신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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