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남쿠릴 수역에서 한국을 포함한 제3국어선의 조업을 금지키로 했다는 '일.러합의설' 파문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오는 15일 방한을 계기로 경색됐던 한일관계를 복원하려 했던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또 "러시아에 배신당했다"는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한.러관계에도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다.'쌍끌이 조업' 파문에서 드러났듯이 한일간 어업갈등은 어업차원을 넘어서 정치문제로 비화되는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한일관계의 악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해양수산부와 외교통상부는 남쿠릴 조업금지에 관한 일.러합의 보도가 일본 언론을 통해 일제히 보도된 10일에도 공식자료를 통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궁색한 해명만 거듭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일.러간 교섭을 통해 남쿠릴 수역에서의 제3국 어선 조업금지가 막바지 합의단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막판 뒤집기 외교에 나섰다.정부는 현재 남쿠릴 수역 대신 일본의 산리쿠(三陸) 수역에서의 꽁치조업 구역확대 등 대체어장 마련, 민간차원의 남쿠릴 조업쿼터 확보, 한러 합작조업 등 다양한 대안을 생각하고 있지만 "신통치 않다"는 당국자들의 말과 같이 이미 일.러 간에기본원칙에 대한 의견접근이 이뤄진 상태에서 남쿠릴 꽁치어장에서의 조업권 확보는 비관적이다.
세계 최대의 꽁치어장으로, 우리나라 전체 꽁치 수급량(약 4만5천t)의 30%가 넘는 1만5천t에 달하는 남쿠릴 꽁치어장을 대부분 잃을 경우 단순 경제피해만도 300억원에 달할것으로 관측되고 있다.이번 사태는 우리 어선의 남쿠릴 조업문제를 영토문제로 인식하고 한국 등 제3국 어선의 남쿠릴 조업을 극력 막으려 했던 그간의 일본측 자세에 비추어 미리 예견됐다는 점에서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특히 일본 정부는 우리 어선의 남쿠릴 꽁치조업이 시작된 지난 8월 이후 고이즈미 총리가 "일.러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친서를 푸틴대통령에게 보낼정도로 필사적으로대처해 왔지만 우리 정부는 국장급 대표가 9월하순 러시아를 방문해 이 문제를 협의한 정도였다.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로 한.일 두나라 사이에서 경제적 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한 러시아의 '이중적인 외교행태'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들이다.러시아는 추석직전 모스크바에서 열렸던 한.러 고위당국자간 정책협의회를 비롯해 최근까지 남쿠릴 조업문제와 관련, 우리측 입장을 상당히 이해하고 호의적이었으며 특히 제3국 배제에대한 일.러합의 시사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결국 러시아가 돌연 일본측 제안을 수용하며 우리 정부를 '왕따'시킴으로써 정부도 허를 찔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낸 정부의 태도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게 사실이다. 남쿠릴 수역 자체가 일.러간 분쟁수역이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너무 러시아만 바라본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우리 어선의 남쿠릴 조업문제를 둘러싼 한일간 갈등이 고조됐던 지난 6-7월경부터 일.러간의 뒤통수 때리기 우려가 제기됐지만, 당국자들은 "러시아가 쉽사리 일본측 제안에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등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지적도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한러 정부간에 남쿠릴 수역 조업에 합의할 당시, 이 문제로 파생될 한-일, 한-러관계의 미묘한 변화를 담당부처인 해양부와 외교부 등이 얼마나 종합적으로고려했느냐 하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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