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테러 참사 한달

전세계를 충격의 도가니로 빠뜨린 9·11 연쇄테러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일어났다.

화창한 초가을 출근길로 붐비던 9월11일 오전 8시48분(이하 현지시간) 항공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충돌했을 때만 해도 출퇴근용 소형 비행기의 조종 잘못 쯤으로 치부됐으나 약 18분 후 쌍둥이 건물의 나머지 한 쪽에 또다시 항공기가 충돌하자 비로소 전대미문의 민간 여객기 공중 납치에 이은 자살 테러 공격이 확연해졌다.

오전 9시43분에는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미군의 총본산 펜타곤(국방부 청사)도 자살 비행기 공격을 받았고 10시께에는 공중납치범들이 워싱턴으로 몰고 가던 여객기가 승객들의 저항으로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남쪽 벌판에 추락했다.

뉴욕시의 모든 교량과 터널이 봉쇄되고 증권시장이 임시 휴장에 들어갔으며 항공기의 미국내 이착륙이 일체 금지되고 국경 폐쇄 조치가 뒤따랐다.

오전 9시45분에는 백악관이 소개되고 9시59분과 10시28분에는 하늘을 찌를 듯하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이 차례로 엄청난 먼지를 내뿜으며 폭삭 주저앉았다.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의 진주만 폭격과 가미가제 공격을 동시에 연상시키는 끔찍한 테러로 미국은 아수라장에 빠져 허둥댔고 미국인들은 건국 이래 처음으로 본토가 무참하게 유린당한 치욕에 떨어야 했다.

미국은 그러나 역시 저력이 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오전 9시24분께 급보를 받고 즉각 '국가 재난'으로 선포한 뒤 대국민 성명을 통해 테러 주모자는 물론 이들을 비호하는 국가들도 철저히 응징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12일 전세계적 차원의 테러 전쟁을 선전포고하고 13일 '21세기의 첫 전쟁'으로 규정한 뒤 14일에는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예비군 동원 승인을 의회에 요청했으며 15일에는 테러 사태 후 첫 주례 라디오 연설을 통해 '광범위하고 장기간에 걸친 더러운 전쟁'이 전개될 것임을 국민에게 경고하는 등 숨가쁘게 움직였다.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의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이 사건의 주모자로 굳어졌고 부시 대통령도 '현상 수배·생사 불문'이라며 이를 확인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은 "사전 경고 없이 응징할 것"이라고 밝히고 전세계미군에 대해 "며칠안에 영웅의 대열에 오를 것"이라고 말해 전쟁이 초읽기에 들어간 인상을 주었으나 국제 연대가 선결 요건이라는 국무부의 주장에 밀렸다는 후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연일 세계 각국 지도자를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군사 행동에 대한 지지와 참여를 촉구했고 워싱턴까지 올 형편이 안되는 지도자들에게는 전화로 당부하는 등 정상 외교를 풀가동하며 국제 연대를 구축하는 한편 빈 라덴을 비호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 고립 작전을 본격화했다.

미국은 빈 라덴과 관련된 27개 단체와 개인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하고 외국 정부와 은행들에 대해서도 동참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군사 작전도 착착 진행시켜 19일에는 '무한 정의(후에 항구적 자유로 변경)' 작전에 돌입, 특수부대와 항공기, 항공모함 등 걸프전 이후 최대 규모의 화력을 전진 배치함으로써 군사, 외교, 금융의 입체적 전선을 구축했다.

부시 대통령은 여기에 덧붙여 이달 4일에는 식량, 의약품 등 3억2천만달러 규모의 원조를 아프간 난민에게 지원하겠다고 밝힘으로써 인도적 전선까지 추가한 후 사건 발생 26일만인 7일에야 비로소 공습에 돌입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공습 사흘만에 공격 목표의 80% 이상 파괴됐다고 밝혔으며 군사 전문가들은 빠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 쯤이면 특수부대가 투입돼 빈 라덴 수색 작전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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