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모(30)씨의 하루는 뉴욕증시 동향 점검으로부터 시작된다. 백씨는 이른바 전업 주식투자자. 당일 투자전략의 밑그림을 그린 뒤 오전 7시50분 집을 나서는 그가 도착하는 곳은 대구시 중구 동문동 장보고트레이딩센터. 그와 같은 전업투자자 수십여명 매일 출근해 '주식과의 전쟁'을 벌이는 곳이다.
주식투자경력 6년. 그러나 "사람 할 짓 못되는 것이 주식"이라고 그는 잘라 말한다. 주식 시작하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말리겠다고 하면서도 그는 무슨 연유로 주식투자를 업으로 삼았을까.
주식에 입문한 이후 그는 단맛 쓴맛 다 봤다고 했다.
대학생 시절 10만원 안팎으로 재미삼아 주식투자에 발을 들여 놓은 그는 병역 의무(병역특례업체 근무)를 마치자 마자 본격적인 전업투자의 길로 나섰다. 코스닥이 폭발장세이던 지난 99년말 장외시장 공모를 통해 그는 1천만원의 원금을 몇개월만에 3억원까지 불려놨다. 공모를 통해 산 종목마다 10배 이상 폭등하는 '대박'의 연속이었다.
쉽게 번 돈은 쉽게 사라진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인가 보다. 지난해 코스닥이 대폭락으로 접어들면서 그는 벌었던 돈 가운데 절반 가량을 증시에 게워냈다. 나머지 절반은 증권사이트를 개설했다가 날려 버렸다.
"어린 나이에 돈 맛을 알았습니다. 평생 만져 보기 힘든 거금이 수중에 들어왔다가 사라지고 나니 그 허무함은 표현조차 할 수 없더군요".
장보고트레이딩센터에 자리를 잡고 데이트레이딩을 시작한지는 이제 7개월째다. 무수한 시행착오 끝에 자신만의 매매기법과 원칙을 정하고 투자에 임하고 있다. 1천만~ 2천만원의 자금을 밑천삼아, 대박 욕심을 내지 않고 월 20~30% 수익을 목표로 삼고 있다. 철저한 손절매 및 물타기 금지를 목숨처럼 지킨 덕에 올 들어서는 손실을 입은 적이 거의 없다.
그러한 그도 지난 9월11일 미국 테러사건 때는 며칠만에 40%의 손실을 입었다. 손절매 기회조차 주지 않고 주가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한달이 지난 지금 손실분의 절반 정도는 회복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주식으로 돈을 잃기는 쉬워도 회복하는데는 기나긴 시간과 피나는 노력, 그리고 고통이 뒤따른다.
밥먹는 것보다 주식시세 모니터를 들여다 보는 것이 더 중요해진지 오래. 주식투자로 얻은 것은 거의 없고 잃은 것이 대부분이라는 사실을 절감한다.
"돈을 잃는 것은 어찌보면 부차적인 문제인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사람이 변하는 것입니다"
주가가 많이 하락한 날에는 사람 만나는 것 자체가 꺼려진다고 한다.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요즘에는 사회적응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크다. 전업투자자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도 부담이다.
2년 안에 훨훨 털고 주식시장을 떠난다는 것이 그의 꿈이다. 목표는 2억원을 모으는 것. 구상중인 프랜차이즈 사업자금이다. 이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잠자는 시간 빼고는 그의 모든 것을 주식에 쏟아 붓고 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野, '피고인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법 개정 추진
'어대명' 굳힐까, 발목 잡힐까…5월 1일 이재명 '운명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