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기 전에는 두 눈을 뜨고, 결혼한 뒤엔 한 눈을 감으라'는 말이 있다. 결혼은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지만 일단 결혼을 하고 나면 서로의 허물을 감싸고덮어주면서 살아야 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그러나 말이 그렇지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그래서 영국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서로의 오해에 바탕을 둔 것이 결혼'이라했다. 독일 시인 하이네도 결혼을 두고 '어떤 나침반도 항로를 발견하지 못한 거친 바다'에 비유하지 않았던가.
▲세계 최다 결혼 기록 보유자(결혼 29번, 이혼 28번)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사람은 미국의 글린 스코티 울프 목사다. 부인이 침대에서 해바라기씨를 까먹는게 발단이 되거나 자기 칫솔을 쓴 게 화근이 돼 이혼한 일마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한해 동안 33만쌍이 결혼하고 12만쌍이 이혼했다고 한다. 3분의 1 이상이 이혼한 셈이다. 이혼율이 독일.프랑스 등 선진국들을 넘어서버린 세태다.
▲한 무병장수 노부부가 결혼 82주년을 맞아 화제다. 충북 청원군 강내면 탑연리의 이훈요(91) 김봉금(95) 부부는 약혼 4년만인 1919년에 결혼, 고손자까지직계자손만도 무려 105명을 뒀으며, 아직도 한약방을 운영할 정도로 정정하다고 한다. 더구나 이 할아버지는 돋보기 없이 신문을 읽고 버스를 타고 청주 시내 나들이를 즐기고 있으며, 김 할머니도 청력이 다소 떨어졌을 뿐 거동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화목한 가정과 장수의 비결은 무엇일까. 항상 조용한 웃음을 잃지 않으며 지금도 서로 깍듯이 존댓말을 하는 이 노부부는 그비결로는 '화목'이 으뜸이며, 소식(小食)과 규칙적인 생활도 중요한 덕목이라고 했다. 부부 싸움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는 이들은 이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요즘 세태를 안타까워 하면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감싸안으면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아무튼 한쪽 얘기만 듣고 알 수 없는 게 남녀 관계라지만 결혼생활의 거친 파도에 대한 인내심이 과거와 같지 않은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가정법원 대기실에 늘어선 예비 이혼 부부의 행렬에 비례해 이혼율도 해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어 이혼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세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혼 60주년을'회혼(回婚)'이라 해서 조선조에는 임금이 사람을 보내 축수하기까지 했다. 회혼마저 22년을 넘긴 이 노부부의 으뜸 덕목인 '화목'은 이 사회의 귀감이돼야 할 것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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