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막무가내 저질 공방

우리 국회의 여야간 '저질' 공방(攻防)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YS정권 때부터 "입을 인두로 지지지도 못하고…" 등 거칠은 발언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기도 했지만 의원들의 저질 발언은 DJ정권 들어서도 자숙은 커녕 더욱 심해진 느낌이다.

제1야당 총재를 두고 '밴댕이 소갈머리 정치인'이라 했나하면 그의 백발을 겨냥 '백발 흑심'이라 했다. 심지어는 "남북 이산가족 만날 때 다 우는데 딱 한 놈만 안울었다"고 비하했다. 그런가 하면 야당도 DJP공조를 두고 'DJP는 폐기된 상표'라했고 우리정치를 두고 '정육점 아저씨 심장수술 같다'고 비하했나 하면 "DJ에 표 찍는 게 창피해 목포 앞바다에 목이 떠 다닌다"는 식으로 여야간의 저질 공방은 막무가내로 끝이 없다.

어쨌든 안택수 의원의 자진사퇴 발언으로 5일간 휴업끝에 가까스로 열린 16일의 국회 역시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폭로와 비난,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었다. 여당은 한나라당 후보 부친의 '친일' 경력을 비난했고 야당은 민주당후보가 청와대에서 엎드려 큰 절 한 것을 들고나와 '위선 정치인'이라 헐뜯었다. 그런가 하면 여야간에 서로 학력위조, 철새 정치인에다 상습적 음주 운전자등으로 헐뜯는 모습일뿐 국민을 아끼고 나라의 진운(進運)을 걱정하는 모습은 아니었다. 이처럼 국회가 갈수록 '애들 볼까 부끄러운'저질 공방을 되풀이 하는 건 의원들의 자질이 떨어지는데다 무엇보다 욕을 해서라도 당 총재에 총성만 하면 만사가 OK인 정치풍토 탓이란 생각도 든다.

한국 국회의 싸움 장면이 뉴질랜드 TV광고에 등장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실소케 한다. 한국 정치인들이 서로 옷을 잡아 당기고 주먹을 날리는 장면이 TV셔츠 광고를 탔다는 것이다. 한다한다 했더니 드디어 우리의 씩씩한(?)정치인들의 싸움질이 남의 밥상머리 우스갯거리로 등장했나 싶으니 기가 막힌다. 더구나 약 오르는 것은 한국대사관의 항의를 받은 뉴질랜드측이 "한국 정치인의 싸움.장면은 전 세계 TV뉴스의 단골 메뉴인데 우리만 하필 못 쓸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깐죽대는 것이다. 약 올리는 뉴질랜드보다도 '지금이 어느때인데…' 소갈머리 없이 나대는 정치인이 더 야속하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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