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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친구가 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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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시위진압봉 대신 때수건을 들었을 땐 좀 부끄러웠습니다". 19일 오전 대구시 수성구 범물동 월드비전범물종합사회복지관 2층 목욕탕. 짧은 머리의 젊은이 9명이 장애인 3명에 달라붙어 열심히 때을 씻어주고 있었다.

뇌성마비인 40대, 뇌졸중으로 말도 못하는 50대, 한쪽다리가 없는 70대, 모두 휠체어를 탄 이들의 목욕 수발을 드는 젊은이들의 얼굴에는 사랑이 넘쳤다.

젊은이들은 대구경찰청 112봉사대. 지난 2월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18명의 의무경찰들이 자발적으로 뜻을 합친 모임이다.

이들의 주 봉사활동은 매주 두차례 대구시내 장애인·무의탁 노인이 있는 곳을 찾아다니며 목욕시켜 드리기다. 장애인 목욕은 보통 힘이 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원봉사자조차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서다. 한창 힘이 넘치는 이들도 장애인 목욕봉사를 하고 나면 녹초가 되기 일쑤다.

봉사대 '왕고참' 서정호(23) 수경은 "처음에는 팔다리가 이리저리 꼬여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을 목욕시켜 주고 뒤 이런 저런 기억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 먹었던 기억이 난다"며 "하지만 이젠 목욕봉사가 기다려질 정도"라며 웃었다.

112봉사대가 그동안 씻어 준 장애인은 600여명. 40년 동안 한 번도 목욕을 해보지 못했다는 한 시각 장애인이 목욕 뒤 감격의 울음을 터뜨렸을 때도 있었다고 했다.

이들 젊은이의 봉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있다. 올 봄엔 농촌일손을 도왔고 지난 여름엔 '장애인 바다체험 캠프'에서 장애인들을 업고 하루종일 해변을 거닐었다.

월드비전범물종합사회복지관 곽정웅 관장은 "장애인을 목욕시킨다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 몇 안 되는 자원봉사자들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며 "힘든 의무경찰 생활의 쉬는 시간을 반납하고 목욕봉사에 나서 웃음을 잃지 않는 대원들이 너무나 고맙다"고 말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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