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간의 꿈을 현실로 일궈내 그저 매일매일이 즐거운 뿐입니다".서울대 졸업 후 미국 항공사에서 일하던 석학이 학창 시절 꿈이었던 난 재배에 뛰어들었다. 허허벌판이던 경산 하양의 종합운동장 부지 근처에 최근 들어선 비닐하우스 15동 짜리 농장 '오키드(난) 코리아'의 사장 조영태(64)씨가 그 주인공.
조 사장의 대학 전공은 임학이고 부전공은 화훼였다. 그 인연으로 졸업 후 농림부에 잠시 근무하기도 했으나 곧 전공을 떠나 미국 노스웨스트 항공사에 입사, 한국지사 여객 책임자로 일하다 8년여 전 퇴사했다. 그 후 서울에서 오랜 꿈이던 호접란 재배를 시작했다가 작년 7월 고향인 영천과 가까운 하양 농장으로 모든 것을 옮긴 것.
호접란은 나비가 춤추는 것 같다고 해서 지어진 서양란으로, 미국·일본·대만 등에선 30~60년의 재배 역사를 갖고 있고 화훼 시장 점유율도 높다. 개화 기간이 3~8개월이나 되는 등 '창조주가 만든 꽃 중 으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라고 조 사장은 사랑이 대단했다. 국내에선 200여 농가가 호접란을 재배하나 대부분 기술을 대만 것에 의존하는 실정이어서 육종만 잘 하면 대만에만 연간 1억달러어치나 수출할 수 있다고 그는 믿고 있었다. 이 액수는 연간 전국 화훼 수출량의 5배에 이르는 것.
조 사장 자신은 호접란 재배 신기술을 8년 전 손수 도입하고 육종에도 어느 정도 성공, 구미지역 수출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1천800평 하우스엔 연탄 보일러를 설치해 연료비가 하루 3만원 정도면 되고 하우스 뒤편에 빗물 저장고를 만들어 이것으로 난에 물도 주도록 장치했다고 했다. 빗물을 주는 것이 성장도 더 빠르게 하고 병충해에도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 그의 설명. 그의 농장엔 호접란 50만 포기가 자라고 있고 그 중 30만 포기가 다음달쯤 개화해 화훼 공판장 등으로 출하될 예정이다.
남다른 재배·경영 방식 덕분에 벤처 농업가로 불리게 되자 지난 19일엔 경북도의회 농수산위원 10명이 그의 농장을 찾아 견학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 사장은 여전히 "40여년만에 진짜 하고 싶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더 즐겁다"고 강조했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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